2018년 12월, 세계적인 정보기술 (IT) 기업인 아마존이 제2 본사 (HQ2) 를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크리스탈 시티 (Crystal City) 와 뉴욕주의 롱 아일랜드 (Long Island)로 확정했다. 하지만 곧이어 2019년 2월 아마존이 뉴욕 본사건립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밝혀 현재까지 본사유치가 확정된 도시는 크리스탈 시티가 유일하다. 애초 아마존은 제2본사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각 도시에 입찰 제안서를 요청하였고, 후보지의 조건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 정보기술분야 인력풀, 물류 유통을 위한 주요 고속도로와 국제공항에서 인접한 도시, 그리고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찾고있다고 제시했다.
버지니아의 크리스탈 시티가 아마존의 제2 본사중 하나로 확정된 직후, 워싱턴 디씨, 메릴랜드, 버지니아 일대에는 부동산 개발과 일자리 창출로 인한 지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이와같이 도시의 경제성장을 이야기 할 때 주로 고용률, 재산가치, 임대료 상승 등의 직접적 경제 효과와 더불어 도시의 인프라 개발, 인재 유치, 럭셔리 아파트와 그에 걸맞는 편의시설의 개발로 인한 간접적 경제성장의 효과가 논의된다. 특히 아마존과 같은 정보기술 기업의 경우 지역으로 유입될 수준 높은 인력자원과 기업간 교류협력을 높일 수 있는 위워크 (WeWork) 와 같은 협업 업무공간(Shared co-working place)등 편의시설 입주의 이점으로 유사 기업들의 유입이 늘어나는 집적경제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크리스탈시티의 경우, 아마존의 제2 본사 결정 이후 한달만인 2018년 12월 이미 4,000호의 주택이 건설계획중이고, 주변 내셔널 랜딩 (Crystal City, Pentagon City, and Potomac Yard 를 아우르는 지역)에는 레스토랑, 고급 상점, 호텔 등 편의시설들이 입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1. 버지니아 주 에서는 $295백만 규모의 비 일반(Non-General) 기금을 크리스탈 시티 일대 교통시설에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2. 또한 Technology Sector 강화를 위해 향후 20년 동안 인근대학인 조지메이슨대학 알링턴 캠퍼스와 버지니아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와 관련학과에 $375 백만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내셔널 랜딩의 조감도 (출처: JBG SMITH2) 아마존 본사부지 (지도의 노란색 부분), 레이건 국제공항과 펜타곤이 북측과 서측에 위치해있다. 버지니아주와 알링턴카운티에서 투자할 교통시설과 버지니아 텍 이노베이션 캠퍼스 부지가 검정색 박스로 표기되어 있다.
아마존이 선정한 20여개의 제2 본사 후보지가 애초에 경제소득이 높은 지역들이라는 점과
3, 정보기술 기업들이 우수 인력 접근성과 공공인프라가 좋은 지역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미국 내 지역 개발의 트렌드는 기존 도시의 자원을 활용하는 성장거점형 개발 혹은 산업 클러스터 (Business Cluster) 사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크리스탈시티의 경우 미주 내 컴퓨터 산업 관련 종사자가 가장 많고 인구 2명중 1명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DC 지역에 인접한 위치라는 이점을 감안하면 도시의 기존 인프라와 인력자원이 정보기술 기업의 위치선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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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집적 경제효과 이면에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현상이 있다. 이처럼 도시의 기존 자원을 활용하기위해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이 중산층지역에 입주함으로써 교통시설, 교육시설, 상업시설 등이 이러한 지역에 집중되고 주변지역과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져 도시 내 인구의 소득 불평등과 인프라 접근성, 사회 근린효과 (Neighborhood Effect) 등 종합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크리스탈시티와 같은 중산층과 고소득층 거주 지역
5에 경제성장이 집중될 경우 주변 지역과의 경제 및 사회적 격차로 인해 도시 양극화 (Polarization)가 심화되어 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의 거주지역이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
더욱이 도시의 평균 소득이 오르면 기존에 살고 있던 중산층가구들마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게 됨으로써 소득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데, 크리스탈시티에서도 평균 임금이 연간 $150,000 인 아마존 사원들이 알링턴 지역으로 입주하게 될 경우 최소 연간 $178,000의 수입이 있어야 알링턴의 median priced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 (Affordability) 가 있을것이라고 아톰 데이터 솔루션 (Attom Data Solutions) 에서 발표했다
6. 조지 메이슨 대학의 Fuller Institute 에서는 알링턴 지역 내의 부동산 개발과 인구 이동이 지리적으로 분산되고 점진적으로 (Geographically dispersed and gradual) 발생할 것 이라고 반박했지만, 아마존 사원들의 평균연령과 지리적 선호도 (젊은 세대들의 도시 선호도) 등을 감안한다면, 집약적 개발과 이로 인한 지역간 개발격차, 임금격차 등과 같은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상활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진행되는 균형개발이나 도시 재생사업은 낙후지역 경제성장의 기대감으로 이어져 빈곤층의 Displacement 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균형개발 목적은 이뤄질 수 있으나 빈곤층이 다른 낙후지역으로 이동하는것이므로 도시 내 불평등의 해소가 아닌 다른 빈곤밀집지역의 양성으로 도시 내 불균형 문제가 심화된다는 우려를 낳는다.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과 메튜 데스몬드 (Matthew Desmond)의 밀와키 지역 빈민층의 이야기를 다룬 ‘쫓겨난 사람들(Evicted)’ 에서 그려진 것 처럼 도시의 발전은 도시 내 불평등, 주거 정책으로 인한 빈민층의 주거 철거와 전치(Displacement), 그리고 공간적으로 집약될 수 밖에 없는 개발로 인한 지역 불균형과 함께 성장해왔다.
이처럼 도시 내 지역적 격차와 사회경제적 계층의 군집(Segregation)이 심화될수록 경제 불평등과 소득 격차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거점중심개발과 같은 지역한정적 개발보다 도시 내 인프라와 소득 격차를 줄이는것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가능한 성장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농촌지역의 외국인 인력 유입이나, 도시 내 외국인들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역이 도시 내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사회∙경제적 계층간의 생활권의 균형과 도시 인프라와 교육, 상업시설의 배분 또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서 정보기술 기업과 같은 특정산업군을 중점적으로 지원하여 기술 혁신 효과를 높일수도 있지만, 직군의 다양화(Diversification)로 고소득 직군과 저소득 직군이 상생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역간의 격차/불균형을 줄이는 것 또한 내실있는(Resilient) 성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 내 불평등은 미국에서 가장 대두되는 사회문제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일례로 뉴욕주에서는 연간 $50,000 이하의 수입이하 주민들에게 Right to Counsel in Housing Court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7 강제이주(Eviction), 과다 청구(Overcharge), 불평등한 대우(Harassment) 등으로부터 빈곤계층을 보호하고 있고, 수입이 적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Senior Citizen Rent Increase Exemption (SCRIE) 정책으로 임대료를 동결시킴으로써 집주인에게 렌트값의 차액만큼 재산세(Property Tax)의 세금경감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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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 간의 임금이나 격차는 줄어드는 반면 한 국가 내 도시의 격차는 더 늘어났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눈에띈다.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가 내 도시간 불평등과 경제중심지역의 집중개발로 인한 경제적, 공간적 격차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즉 개발로 인한 도시 경제의 성장추세와 지역간 불평등의 심화를 도시의 음영이라고 표현한다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도시 성장 방향은 도시 음영 차이를 옅게하는것 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마존 제2본부와 같은 기업의 유치로 인한 상업기반개발이나 균형개발사업을 진행 할때에 이러한 사업들이 도시에 가져올 경제적 이점들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 전반의 영향 또한 무시되지 않고 고려되어야 더욱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을것이다.
<각주>
1) “Why Crystal City, Virginia, was an easy choice for Amazon’s HQ2”, Forbes, Accessed Feb 9, 2019,
https://www.forbes.com/sites/forbesrealestatecouncil/2018/12/05/why-crystal-city-virginia-was-an-easy-choice-for-amazons-hq2/#5a3f46785387
2) “JBG Smith announces Amazon has selected its assets at National Landing for Headquarters Location”, BusinessWire, Accessed Feb 9, 2019,
https://www.businesswire.com/news/home/20181113005877/en/JBG-SMITH-Announces-Amazon-Selected-Assets-National
3) “Amazon HQ2: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20 finalists”, Forbes. List of 20 finalists: Atlanta, GA; Austin, TX; Boston, MA; Chicago, IL; Columbus, OH; Dallas, TX; Denver, CO; Indianapolis, IN; Los Angeles, CA; Miami, FL; Montgomery County, MD; Nashville, TN; Newark, NJ; New York City, NY; Northern Virginia, VA; Philadelphia, PA; Pittsburgh, PA; Raleigh, NC; Toronto ON; and Washington D.C.
https://www.forbes.com/sites/samanthasharf/2018/01/28/amazon-hq2-everything-you-need-to-know-about-the-20-finalists/#7288c75c3f4d
4) 각주 1 과 동일 기사 참조
5) 크리스탈 시티는 지리적으로 워싱턴 디씨에서 Potomac 강 건녀편에 위치해 있고, 이미 DC 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상당수 살고있는 지역으로 2018년 기준으로 연봉 중앙값이 $93,804이다. 이는 미국 연봉 중앙값 $59,039 (2017년 미국 통계청 기준) 과 다른 20개 후보지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으로 중산층 거주 지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6) “$17 Salands Could Follow Amazon to Northern Virginia”, Eater DC, Accessed Feb 23,
https://dc.eater.com/2018/11/14/18094834/amazon-hq2-affects-dc-restaurants
7) “Comparative Gentrification Policy”, University of Pennsylvania, CPLN-702 Planning Studio Working Paper,
http://dealingwithgentrification.org/wordpress/wp-content/uploads/2018/01/GentrificationStudio_WorkingPaper_Final_012618.pdf
8) “Senior Citizen Rent Increase Exception (SCRIE)”, City of New York, Accessed Feb 15,
https://www1.nyc.gov/nyc-resources/service/2424/senior-citizen-rent-increase-exemption-sc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