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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생활 SOC 시책의 현대적 의미

김현호(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활 SOC 공급시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향후 3년간 20조 이상을 투자해서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서고 인구가 5천만명 이상, 1인당 소득 3만불 이상인 이른바 “50~30 클럽”의 국가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노인 자살율이 세계 제1위 국가라는 불행한 상황에서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켜 보자는 취지의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역발전정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두고 시대에 따라 용어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종래 지역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역량이 뛰어난 지역을 “혁신환경”(innovation milieu)이 있는 지역과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로 파악하기도 했으며, 또 “혁신 클러스터”(innovative cluster) 지역이나 “스마트 혁신(smart innovation)” 지구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실리콘 밸리가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생활 SOC도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삶에서 긴요한 문화 및 여가시설, 복지시설, 주차장, 공원 등이 주거공간에 가까이 있을수록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국가발전을 위해 투자해왔던 기간도로, 철도, 항만, 공항, 댐, 산업단지 등이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회적 SOC)”이었던 데 비해, 생활 SOC는 동네에 설치되는 주민 밀착적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전자의 효용성이 국가 전체나 규모가 넓은 광역에 이른다고 보면, 후자는 그 효용의 범위가 비교적 좁은 근린단위의 공간에 미친다.
   생활 SOC는 지식기반시대에 지역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성요소”(soft factor)와 닮은 점이 많다. 생활 SOC는 Funk나 Florida 등이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 창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연성요소의 개념과 비슷하다. 이른바 문화나 여가시설, 공원 등의 요소들은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지식 근로자에게 휴식과 이완을 주고 고도의 창의성과 아이디어 창출하는데 핵심적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요소가 도시나 지역의 재생에 중요한 요소나 수단으로 활용되고, 창조산업의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들은 새로운 산업의 발달, 혁신 창출의 토대가 되는 산업 측면에서 문화나 생태, 여가 복지적 요소의 중요성을 언급했던 데 비해 현재 우리나라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활 SOC는 근린 거주자 측면을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이제 연성요소를 동네 차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생활 SOC를 근린이나 동네 거주자가 손쉽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개별 시설보다는 이들을 복합적인 공급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칫 생활 SOC 과잉공급으로 인한 시설이용의 낭비를 방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부지마련의 어려움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생활 SOC 공급의 지역적 편차를 극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현재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이 인구가 3만 정도에 불과한 낙후지역 모두에게 동일하게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시책을 추진할 경우, 지역의 구별없이 국고보조율을 10% 상향해서 지원해주는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재정이 열악한 지역은 여기에 대한 투자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차별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의 발전도가 떨어지는 지역에 대해서는 재정적인 인센티브, 즉 국고보조율을 보다 상향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저발전 지역이나 대도시의 잘 사는 지역을 막론하고 생활 SOC 공급이 보다 큰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과학적 접근이 기초가 되어야 함은 말한 나위가 없다. 전국 및 각각의 지역에 대해서 생활 SOC의 과부족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여기에 따라 부족한 지역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생활 SOC를 체계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특히, 생활 SOC 공급과 확충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제에 이를 통해 생활 SOC 공급이 우리 사회를 보다 선진형으로 혁신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생활 SOC의 공급에 소요되는 부족한 재원을 지역사회와 연고가 있는 뜻있는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 확보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생활 SOC 시책이 물리적인 인프라 공급에만 그치지 않고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부족했던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마음 인프라”(Mind SOC)도 새롭게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동네에 관계된 일이고 또 체감성이 높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