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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 지방분권과 정부간관계의 함의

정문기(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국정전문대학원 교수)

문제인식 및 배경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자치조직-인사권,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등 지방분권의 측면에서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2년 1월 13일에 시행되는 개정안은 주민주권 및 자치의 확대, 지방의회 인사권의 조정과 전문성의 강화,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근거, 특례시 및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다양한 내용들의 일부 개선을 담고 있다(김순은, 2021; 김남철, 2021). 하지만 지방분권 및 정부간관계의 측면에서는 선언적 입법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으며 지속적 개선을 요구한다. 이하에서는 개정안을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분권 및 정부간관계 측면에서 자치조직-인사권, 국가의 지도감독의 명칭 변경,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 중앙의 적법성 통제 명확화, 특별지방자치단체 등의 규정들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향후 과제를 간략히 제시하기로 한다.

지방분권 및 정부간관계 측면의 논의

첫째,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인사권의 확대 요구를 적실하게 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방자치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및 인력을 구성 및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자치조직권과 인사권이다.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 재정권한과 더불어 자치조직-인사권의 이양은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해 온 대표적인 분권의 이슈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자치조직-인사권은 법률 또는 대통령령에 의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개정안의 논의 시 지방자치단체는 대표적으로 부단체장의 정수 및 임명권한의 확대를 요구했다. 부단체장의 정수와 관련 기존 인구규모에 따른 2-3인의 부단체장 정수를 행정수요를 반영하여 증대하는 요구이다(조성호, 2018). 임명권한 측면에서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은 대통령령에 의해 중앙 정부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 지자체의 권한 확대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개정안에는 담지 못해 자치조직-인사권의 진전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방의 인구규모와 특성(농촌과 도시) 및 행정수요의 변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인사의 유연한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과 책임 하에 주민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지방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중앙의 획일적-하향적 조직 및 인사 시스템의 통제는 지방자치단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중요한 개선과제 중 하나이다.

둘째, 국가의 지도‧감독의 명칭이 삭제되었지만, 기존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통제 및 감독의 실질적 변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개정안은 기존 지방자치법 제9장의 ‘국가의 지도‧감독’이라는 제목을 삭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관계’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의무를 명시적으로 제시하면서 균형적 공공서비스의 제공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중앙 우위의 수직적 상하관계에 기반한 ‘지도‧감독’을 중립적이며 일반적인 용어로 변경했다는 의미가 있고, 전국적인 균일한 행정서비스와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간협력 의무를 명시적으로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세부 조항에는 ‘지도감독’이라는 표현을 담고 있어 (예: 제184조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지도와 지원과 제185조의 국가사무나 시‧도 사무 처리의 지도‧감독 등) 단순한 명칭의 변경을 넘어 중앙과 지방의 관계 설정에 있어 어느 정도 대등한 협력관계를 상정하는지에 대한 실효성의 비판이 제기된다(하민지, 2021).

셋째,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근거를 규정하여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 지역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정책의 도입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의 입장이나 의견이 적실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지방4대협의체를 중심으로 대통령 및 부처장관이 참여하는 중앙과 지방의 협력회의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요구되었다. 개정안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 근거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하였다. 개정안은 그간 중앙과 지방의 소통 부재 및 제도와 정책의 조율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한 지방의 노력이 반영되었다는 측면에서 제도적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근거를 제시했을 뿐 관련한 법률의 제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2020년 6월 30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어 국회에 제출될 당시 중앙‧지방협력회의법(제정)도 함께 제출되었으나 국회에서는 최종적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2021년 5월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방자치법에 설치 근거를 포함하였지만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여전히 관련 법률의 통과가 필요한 것이다.

넷째, 중앙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지방의회 의결에 대한 적법성 통제를 강화하였다. 개정안은 시군구의 자치사무와 시군구의회 의결의 법령위반에 대해 기존 시도지사를 통해 취하던 지도감독을 직접적으로 시정명령, 취소‧정지하거나 재의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입법 취지는 “국가의 실효성 있는 통제수단”의 확보를 통해 입법미비로 인한 법령의 위반사항을 해소하고 주민의 권리‧의무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앙 우위의 지도‧감독을 더욱 명확히 하는 개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법률의 위반 여부에 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 영역이기도 하여 과도한 자치권의 침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섯째,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의 규정을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협력의 기반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행정구역 및 자치권을 유지한 채 특정 광역사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새롭게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로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이다. 기존의 지방자치법의 규정은 설치 근거만 있었지 세부적인 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널리 제기되었다. 개정안은 특별지방자치단체의 법인화, 규약의 지방의회 의결을 통한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 구성 및 조직, 경비부담 및 재정지원 등 설치‧운영과 관련하여 세부내용을 규정하여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를 더욱 명확하게 한 측면이 있다. 지방의 인구감소로 인한 행정시설 및 행정서비스의 통합 또는 재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강인호, 2019). 다만, 기존 조합의 활용도가 떨어졌듯이, 복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현실적 활성화는 추후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

향후 과제

개정안은 지방분권 및 정부간관계의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90년대 초반 지방자치의 재개이후 30여년에 이르는 시점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더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실질적으로 자치권을 확대하기 위한 재정분권에 관한 논의는 적실하게 담지 못했고,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실질적인 기능 및 권한 배분의 논의는 미흡하였다. 개정안을 통한 제도의 변화는 지방자치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시작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개정안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의 변화를 시작으로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인식변화와 현실 속 자치분권의 구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강인호. (2019).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 협력 촉진을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용 방안. 국토, 20-25.
  2. 김남철. (2021).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대한 평가와 과제. 국가법연구, 17, 117-151.
  3. 김순은. (2021). 자치분권 2.0 시대의 개막. 월간 공공정책, 183, 15-18.
  4. 조성호. (2018).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방안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쟁점과 과제. 이슈 & 진단, (347), 1-25.
  5. 하민지. (2021). 지방자치법 개정과 한국 지방자치의 의미와 과제. 경남발전, 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