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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른 지방의회에 대한 의의

김건위(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

2020년 12월 9일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의의는 법률의 기조가 되는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의 지방자치 패러다임 변화(단체자치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인정해주는 개념이며, 주민자치는 지자체와의 관계에서 주민이 권한을 일종에 위임해 준 관계로 본다는 점임. 즉, 지자체 권력의 축이 주민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음), 이에 따른 주민참여의 폭 확대,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성의 강화로 귀결된다. 이러한 지방자치법 개정은 당연히 지방의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정된 법률의 영향은 시행시기가 2022년 1월 13일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향후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지방의회와 관련하여 그간의 제도변화를 살펴보면, 지방의회는 출범과 해산, 그리고 부활 등 우여곡절이 많았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지방의회가 그간 얼마나 역량 등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9년에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 이 법에 의거하여 1952년에 최초로 지방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1961년 5․16의 발발로 지방의회는 군사혁명위원포고 제4호에 의하여 해산되었으며, 그 이래 제5공화국까지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못하였다가 제6공화국헌법에서 지방의회의 구성시기에 관한 제한을 없앴다. 이후 기초의회 의원선거는 `91년 3월에, 광역의회 의원선거는 `91년 6월에 각각 실시되었고, 그 해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는 지방의회 출범 30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민선 지방자치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기반이 된 ’88년 전부개정 이후 32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로서, 시민의식의 성장과 주민참여 욕구의 증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 등 그간의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낡은 지방자치 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주권 구현이다. 「지방자치법」의 목적규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고, 지방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을 신설했다.
둘째, 자치단체 역량 강화 및 자치권 확대이다. 중앙부처의 자의적인 사무배분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적인 사무는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보충성의 원칙 등 국가-지방 간 사무배분 원칙과 준수의무를 규정하고, 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하고, 행정수요·균형발전·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안부장관이 정하는 시·군·구에 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그리고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기존의 지자체장(집행부)에서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함으로써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도모했다.
셋째, 자율성 강화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투명성 제고이다. 지방의회의 투표결과 및 의정활동, 집행기관의 조직·재무 등 지방자치정보를 주민에게 선제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하여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제고했다. 아울러 ‘제 식구 감싸기’식의 솜방망이 징계를 예방하고 지방의회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여 의원에 대한 징계 등을 논의 시 의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지방의원이 직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겸직금지 의무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고, 겸직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의무적으로 겸직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넷째, 중앙-지방 협력관계 정립 및 행정 능률성 제고이다.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과정에 지방의 주요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한다. 또한,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달라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구역 경계에 대해 자율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도록 하고,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여기서 전부개정 법률의 기조는 조건 없이 지자체 및 지방의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의 세금을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관리 체제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분권이라는 큰 흐름은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확대되는 권한만큼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성과 동시에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며 책임성 분야에 대한 개선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의 역량강화와 관련해서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은 정책지원 전문인력이다. 기존의 일부 의회에서는 조례․예산을 통해 보좌인력 도입을 시도하였으나 법률에 근거가 없어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개정 법률 제41조는 지방의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며 직급ㆍ직무 및 임용절차 등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직무범위와 성격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할 것인지, 정당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직무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이다. 현 제도상으로는 단체장이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 행사(§91), 일부 공무원에 한하여 의회사무처장에게 임용권 위임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 법률은 소신있는 집행부 감시견제를 위해 의회사무기구 인력운영의 자율성을 제고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원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기초의회는 제외되는 것이 검토되었고, 시도의회의장에게만 권한을 주는 것으로 제시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시도뿐만 아니라 기초에도 권한이 주어졌었다. 지방의회별 평균 사무기구 인력규모(정원)은 시․도 106.3명, 시․군․구는 17.9명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이슈는 지방의회의 책임성․투명성 제고이다. 기존 제도상으로는 회의공개원칙만 규정(§65), 의회와 의정활동 공개 규정이 없으며, 윤리특위 설치는 재량(§57) 및 윤리심사자문위 근거규정이 없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정당간 대립, 제식구 감싸기 등으로 위법행위를 저지른 의원에 대해 징계수준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그간 꾸준히 제기되었고,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와 병행하여 지방의회 및 의원 의정활동의 폭넓은 공개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에 개정법률에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겸직금지 명확화이다. 기존 제도를 보면 지방의원의 영리목적 거래금지 대상 및 겸직금지 대상 규정, 지방의회 의원이 부적절한 자리에 겸직한 경우 의장이 사임권고 가능, 겸직시 지방의회 의장에게 의무적으로 겸직신고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겸직금지 대상으로 규정된 ‘공공단체’, ‘관리인’ 등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별도 유권해석에 의존하고 있으며, 불명확성을 이유로 사퇴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했었다. 겸직신고 및 사임권고 제도가 도입(`09)되었으나, 신고 내역이 외부에 미공개되고 사임권고가 재량사항이어서, 신고를 누락하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였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오늘의 코로나 19라는 재난상황에서 민주주의의 두 가지 기능인 권력감시 기능과 정보의 투명성 등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집행부인 지자체 대책에서 취약한 지점과 앞으로 과제, 재난시기에 주민들, 무엇보다 약자들의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있는가 등에 대해 지방의회는 고뇌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 등의 유력한 소수와 그들을 둘러싼 민영화, 규제 완화로 대변되는 급작스러운 시스템에 대한 견제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며, 전부개정된 법률은 이러한 지방의회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하나의 제도적 장치로 자리매김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