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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시민사회(주민자치)에 대한 의의

최인수(한국지방행정연구원 주민주권연구센터장)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020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30여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주민주권구현, 지방의회 독립성 확보, 지방의회 책임성 강화, 지방행정의 능률성 제고, 자치권 확대 및 중앙과 지방의 새로운 협력관계 및 자치단체간 새로운 협력관계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분야의 개정내용이 중요하겠지만, 이중에서 지방의회 및 주민주권과 관련한 부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본 고에서는 주민주권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개정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시민사회 또는 주민자치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지방자치행정에 주민의 참여 즉 주민자치 원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방자치법 목적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이라는 내용을 새롭게 명시하여, 지방자치법 제1조의 목적이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게 되었다. 흔히 지방자치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를 명시하는 단체자치와 지방정부와 주민(조직)간의 관계를 명시하는 주민자치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서 주민참여, 주민자치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개폐의 청구에 있어서, 기존에는 19세 이상의 주민으로 시도 또는 시군구의 인구수에 대비하여 일정수 이상의 주민의 연서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나, 주민조례 발안제를 도입함으로서 주민이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조례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 청구의 청구권자·청구대상·청구요건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주민조례 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주민의 권리 부문에서 기존에는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은 소속 지방자치단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와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부분에 더해,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가진다는 내용을 신설하여 주민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하였다.
   또한 주민의 권한, 주민주권의 강화라는 차원에서 기존의 주민조례 발안과 주민의 감사청구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을 기존의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하였으며, 주민감사의 청구에 있어서도, 주민감사청구인수의 상한을 하향 조정하였다. 기존의 시·도는 500명에서 300명으로, 지방자치법 제175조 대도시에 대한 특례에 의한 인구 50만이상 대도시는 300명에서 200명으로, 그 밖의 시·군 및 자치구는 200명에서 150명이내에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18세 이상의 주민이 연대서명하여 주민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지방자치법 목적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는 내용과 주민조례 발안제의 도입,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신설, 주민조례 발안과 감사청구 연령의 하향 및 주민감사 청구인수 상한의 하향 조정 등 주민주권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하여 2022년 1월 1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매우 아쉬운 부분은 지난 2020년 정기국회의 논의과정에서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제26조(주민자치회) 8개 항의 조문이 통째로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제도와의 차별성에 대한 의문, 주민자치회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문 등이 조항 삭제로 이어졌다고 하나, 이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전국적으로 주민자치, 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등이 중심이 되어 주민자치회 조항 복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국회의원 질의, 면담 등을 요구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 조직을 결성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
   한편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조항이 삭제된 이후 국회에서도 ‘21년 1월과 2월에 걸쳐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다양한 법률안이 입법발의되었다. 주민자치회 설치, 기능, 구성 등 기본적인 근거를 지방자치법에 담아내기 위하여 ’21년 1월 14일 한병도 의원이 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였으며, 1.29일에는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주민자치회 기능을 제시하고,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의 근거는 따로 법률(주민자치기본법)로 정하는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였으며, 2.1일에는 이해식 의원이 지난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국회통과시 삭제되었던 법률안을 복원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발의하였다. 또한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개별법으로서의 입법발의 법률안으로 ‘21.1.29일 주민자치기본법안(5장 22조, 부칙 4조, 김영배 의원 대표발의), 2.9일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16조, 이명수 의원 대표발의), 3.8일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19조, 김두관 의원 대표발의), 3.8일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19조, 부칙2조, 김철민 의원 대표발의)이 있다. 헌법적 권한의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하여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하여 개별법으로서의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안이 읍면동 지역현장과 주민들의 공론적 의견을 담아 국회에서 개정 및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앞서의 주민주권 강화 차원에서의 다양한 내용을 담을 지난해 연말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주민참여 권리, 주민조례발안, 감사청구요건 완화 등 주민주권 조항들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지방자치의 중요한 2개의 축으로서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라는 의미에서 주민자치의 한 축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개정되고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실효성 있는 법제로 제도화되기 위한 읍면동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주민과 공동체, 주민조직과 행정조직 등 다양한 차원의 사전적 공론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전국의 551명의 발기인이 참여하여 제안된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 네트워크‘가 5.31일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주민자치 법제화 네트워크 조직이 전국의 다양한 주민자치 조직과 연대하고 시민사회속에서 안착되고 활동해 나갈 때 주민주권, 주민자치가 제도로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지방자치의 패러다임을 정부중심에서 주민중심으로 바꾸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 법제화 네트워크가 제안하는 주민운동, 자치분권운동, 민주주의운동, 사회혁신운동, 사회연대운동을 통해 1999년 읍면동의 주민자치위원회 설치·운영과 2013년에 시작된 8년 동안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넘어서고 지난 시기 행정기관에 맡겨둔 권리와 권한의 본래 주인으로서 주민, 시민, 국민 중심의 자치시대를 열어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이는 풀뿌리 주민의 자발성, 창의성, 협동과 연대에 기반한 주민자치를 통해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