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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예방과 치유, 투 트랙 접근 필요한 청년의 주거 문제

박미선(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

왜 청년주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청년이 대세다. 청년 하면 건강하고 밝고 도전하며 미래지향적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에 주거를 덧붙이면, ‘지옥고’, ‘영끌’, ‘행복주택’, ‘1인가구’ 등의 이미지가 겹친다. 청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 금융위기과 코로나를 겪으면서 빈익빈 부익부와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자유도가 높고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 적으면서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흡한 국가일수록 청년 주거문제는 심각하다. 청년의 주거를 부모의 손에 맡겨둔 국가일수록, 가족주의가 강하고 국가의 공적인 자원이 투입된 저렴한 주택이 적은 나라일수록 청년의 주거는 위태롭고 출산율도 낮다. 왜 청년인가? 청년의 시기는 아동기(childhood)에서 성인(adulthood)으로 변화하는 중간에 위치한 이행기(transitional period)라는 특징을 갖는 시기이다. 정체돼 있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청년은 이행기를 거쳐 성인이 됐다. 문제는 과거와 현재의 이행기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 이행기가 짧아서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서 자리잡고 다음 생애 단계로 넘어가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 이행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교육에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이 길어졌고, 교육을 마치고도 사회에서 일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잡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던 결혼이나 출산이 지연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높아졌다. 심지어 이행기가 길어지다 보니 그 이행기에 머물러서 멈추어 버린 게 아니냐는 얼어붙은 이행기(frozen transitio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청년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에서 자가 마련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로 평생임차세대(generation rent)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또한 영국에서는 주거사다리(housing ladder)라는 말이 더 이상 적용이 불가능하므로 이제는 오히려 주거트레드밀(housing treadmill)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지 않냐는 연구까지 나왔다.
트레드밀은 우리가 러닝머신이라고 알고 있는 운동기구이다.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그 운동기구의 특징은 발판 위에서 늘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발판 위에 머무를 수 없고 탈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한 단계씩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어느 순간 자기 집이라는 꿈을 이루는 게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제자리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현재의 우리 주거상황이라는 것이다. 청년의 주거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주거를 통한 불평등의 고착화,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주거사다리 붕괴, 저출산 등 사회활력 저하의 문제가 예견되고 있다.


청년의 현재 주거모습은 어떠한가

청년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아갈때의 주거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년이 독립해 혼자 사는 경우 대부분 점유 형태는 월세로 이루어진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기준, 보증부월세 56.9%, 순수 월세 11.9%로 거의 70%에 가까운 1인 청년은 월세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단독다가구주택(50.7%)이나 오피스텔(13.0%), 다세대(12.2%)주택이 주를 이룬다. 가구당 면적은 30㎡를 소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증부 월세에 거주하는 경우의 평균적인 모습은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35만 원을 지불하는 것이다. 소득대비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약 17.8%(중위수 기준)를 임대료로 지불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물론 보증금을 임대료로 환산한 전환임대료이므로 실제 임대료 지출은 이보다 낮을 수 있지만, 결국 보증금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 대출에 따른 이자지불이 필요하고 관리비 등 공과금 지출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하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가 34.4%나 된다는 것이다. 청년 단독가구의 주거비 과부담 가구 비율은 지난 10년간 거의 변함없이 1/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난 2010년에도 주거비 과부담인 청년단독가구가 35%를 넘고 있었다. 당시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더 많은 청년용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5.3%로 하락했지만,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그 비율은 12.0%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더 나은 주거여건에서 거주를 희망하는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희망이 매우 높고(42.7%), 현재 높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월세보조(22.6%), 주거안정성이 보장되는 장기공공임대주택(11.2%)에 대한 희망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청년의 복합적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에서는 청년기본법을 제정하고 제1차 청년기본계획(‘21~’25)을 수립했다(2020. 12. 23). 크게 5대 분야로 나누어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분야의 청년정책을 구상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행계획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수립됐다.
이번 정부 들어 신규로 도입된 주거 관련 청년정책 주요사업은 역세권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청년 맞춤형 공적 임대주택 공급, 취약계층 이주패키지 지원, 좋은 청년주택 만들기 특별위원회 설치, 미혼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 등이다. 주거정책의 주요 수단은 크게 직접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직접지원과 임대료를 보조하는 간접지원방식, 현재 거처의 열악함을 개선하는 주택개조 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청년정책에서는 주로 청년이 대상이 되는 공공임대나 공적지원임대주택을 직접공급하는 방식과 전월세 비용 경감을 위한 대출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청년이라는 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행복주택,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매입·전세임대주택이 있다. 또한 청년 특화주택으로 일자리 연계형, 역세권 리모델링형, 기숙사형 주택이 청년주택 유형으로 세분화돼 있다.
두 번째 수단인 전월세 비용 경감은 부모와 별도거주 청년에게 주거급여 분리지급하는 방식과 전월세 자금 대출이 있다. 대부분의 수혜자는 전월세 저리 대출에서 발생하고 특히 중소기업청년에 대한 대출상품이 이율이 낮아 가장 인기가 많다. 이외에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취약청년에 대한 지원을 위해 주거상향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취약주거지의 근본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불법건축물 감독관 인력을 증원해 대학 역세권 인근의 불법 방쪼개기를 집중 단속하고 청년 주거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지방정부에서도 청년주거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안 중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 모두에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해 운영중인데, 특히 주거와 관련된 자체 조례를 제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서울, 대전, 경남 등이 있다. 서울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와 청년주거 기본 조례가 제정됐고, 대전에서는 청년근로자 기숙사 설치 및 운영 조례, 경남에서는 청년주거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청년주거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급을 위한 법적 근거가 조례로 나타나고 있고, 청년주거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해 청년주거 기본 조례가 제정됐음을 알 수 있다. 경남의 경우 이웃사촌 시범마을을 통해 청년주거공간을 조성하고 있는데, 청년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을 건립해 청년 지역정착률을 제고시키려는 노력이다. 이는 주거만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와 지역정착이 연계된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대학이 밀집한 세종에서도 저소득 대학생을 위한 세종형 쉐어하우스를 공급하고 았고, 경남에서는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에게 시세의 반값으로 제공하는 청년공유주택 거북이집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10개 광역 시도, 10개 기초 지자체 이상에서 청년월세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에서 실시하는 청년 월세 지원사업이다. 월 20만 원을 10개월간 지원하는데 5천 명 규모에서 2만 명 규모로 확대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3천 명 대상으로 월 10만 원 10개월 지원, 인천에서는 4백 명에게 월 10만 원 8개월 지원, 경북은 120명에게 월 30만 원 내 10개월 지원, 경남은 1천333명에게 월 15만 원 10개월 지원 등을 지원 또는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초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청년 월세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시의 여건과 대상자 특성 등을 고려해 월 정액을 몇 개월간 지원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많고, 이차보전을 하는 곳도 있고 계속 증가일로이다.
중앙정부에서 저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하면 그 이자 부담을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하기도 하고, 중앙정부에서 수급 가구의 청년이 분리·독립했을 때만 주거급여를 지원하는 데 비해,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에게 (물론 일정한 기준이 있긴 하지만) 월세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가

국가와 지자체는 어느 정도의 주거를 보장해야 하고 그 보장수준의 적정선은 어디인가? 사회보장을 통해 국가가 보장하려는 최소한의 수준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버는 저소득층에 불과한데 이들은 근로능력이 없어 스스로 자력으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최저선을 보장하는 것이다. 주거부문은 어떠한가?
국가가 주거부문에서 보장하겠다는 최저선이 나타나는 곳은 최저주거기준이다. 1인 가구 기준 14㎡이고 독립된 화장실과 부엌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최소한의 수준(national minimum)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주거권 측면에서 반드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자력으로 시장에서 주거권이 보장되는 수준의 거처를 마련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국가는 적극적으로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소한의 주거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비용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즉, 동일한 면적의 주택을 임차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다르기 때문에 바로 그 지역적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지방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미 청년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통해 주거부문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설정됐다. 지속적인 저렴한 주택공급, 주거비용 부담 경감, 취약 주거지 개선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가장 잘 보이지 않고 해결이 난망한 분야 중 하나가 청년이 집중거주하는 고시원이나 불법 방 쪼개기와 같은 기준 이하의 주택문제이다.
영국에서도 대학생 밀집 지역에서 화재 발생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자에 대한 등록이 강화되고 쉐어형 주택에 대한 기준이 강화됐다. 중앙정부에서는 기준 면적과 원칙을 제공하고 지방정부에서 사업자 등록비용을 징수하고 매년 점검을 통해 주택의 안전성, 거주성, 시설기준과 채광, 면적 등 주거여건에 대한 기준 준수를 감독한다. 기준에 미달하거나 미등록 임대사업의 경우 강한 패널티와 함께 대중에게 그 사실이 적시된다.
참고할 지점이 많은 사례이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 그리고 민간시장에서 자력으로 충분한 거처를 마련할 수 없는 대상자들에게 대한 정부의 보호와 정책적 개입,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대한 대처 등은 청년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우리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청년 주거문제는 영속적(permanent)인 문제가 아니다. 청년기라는 특성상 이행기 전략이어야 하고, 다음 생애 단계로 넘어가는 데 윤활유 역할을 제공해야 한다. 평생 청년주택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지원은 한시적일 수 있다. 이는 노인에 대한 지원과 성격이 다르다.
또한 치유적 전략과 예방적 전략이 공존하는 투트랙 전략이어야 한다. 즉, 현재 주거여건이 심각한 상태인 청년의 문제는 치유하면서, 향후 주거문제로 인해 다음 삶의 기회를 포기하는 청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인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자산형성 지원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은 주거 여건으로의 상향이동 지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청년주거정책은 다른 생애 주거정책과 분리돼서는 안 된다. 이는 신혼부부나 유자녀 주거 지원, 1인가구 주거정책과 연계돼 통합적인 틀에서 논의돼야 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