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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형 백 교수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도 국가간에 존재하던 공공지원 프로그램은 있었다. 따라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기원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견해는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마샬 플랜(Marshall Plan)을 비롯한 전후 복구사업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후 마샬 플랜의 원조수원국이었던 서유럽 국가들이 1948년에 설립한 유럽경제협력기구(OEEC)에, 1961년 미국과 캐나다가 가입하면서 OECD로 확대‧개편되었고, OECD의 26개 산하위원회 중 하나가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이다. DAC에서 사용하는 공식용어가 공적개발원조(ODA)이다.
2010년 기준으로 24개 DAC 회원국들과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ODA 총액은 1,290억 달러이다. 한편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이란, 석유산유국들은 DAC에 가입하지 않고 ODA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제공하는 ODA 총액은 2009년 약 100억 달러 규모로 DAC 회원국들의 ODA 총액의 약 13분의 1 규모이다.
2015년 한국의 ODA예산은 2조 3,782억원으로, 총 31개 기관이 1,055개 사업을 추진하였다. 2014년과 대비하여 약 1,116억원(4.9%)이 증가하였으며, 국민총소득(GNI) 대비 비율은 0.15% 내외로 추정된다.
한편 2015년 9월 25-27일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후속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채택되었다. 그동안 MDGs에 대하여는 8개 목표의 상호연관성이 명확하지 않고,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에 비하여 SDGs의 17개 목표(goals)와 169개의 세부목표(targets)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려고 노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MDGs의 빈곤 퇴치라는 기조를 받아들이면서 여기에 포용성(inclusiveness), 보편성(universality), 평등(equality) 등의 새로운 기조를 강조하고, 지속가능개발을 경제, 사회, 환경의 3대 분야로 확장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SDGs 실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설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6년부터 모든 사업을 SDGs에 일치시키기로 하였다. 또 2015년 9월 제70차 유엔총회에서는 새마을운동이 Korean Initiative의 하나로 다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개발계획(UNDP)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 주최하는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을 신(新)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외교부가 연구용역비를 지불하고, OECD, UNDP와 새마을운동에 대한 공동연구를 통하여 제시한 것으로, 1970년대 한국의 농촌개발정책과 새마을운동을 비교하여, 원조수원국과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도구의 세트(toolkit)’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즉 ‘툴킷’이라는 정책적 도구의 세트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원조수원국의 농촌개발정책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핵심 원칙’과, 원조수원국의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또는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모듈(module)’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시된 툴킷을 보면, 전 세계 농촌개발의 현황을 언급하고, 각국의 사례를 제시하는 반면, 핵심 원칙과 모듈은 극히 빈약하다. 현대화와 현지화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원조수원국(recipient country)에서 원조공여국(donor country)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라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ODA의 역사가 짧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6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약 2조 7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000가지 이상의 ODA사업을 한다.
그러다보니 ODA예산을 증액시키고, 홍보를 강화하는 반면, 효율적이지 못하고, 국제적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새마을운동은 추진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예산을 증액하고 사업을 늘리는 반면, 추진기관간에 ‘핵심원칙’과 ‘모듈’에 대한 합의도 없다. 우리의 성공경험을 전수하겠다면서, 공통된 컨텐츠와 영어로 된 교재도 없다. 심지어 원조수원국에서 한국의 공여기관간에 경쟁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 공적개발원조(ODA)가 SDGs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살펴보자.
첫째, 한국 ODA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이 수립되고, 통합관리‧추진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한국의 ODA는 원조수원국이 SDGs에서 제시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다른 원조공여국의 공적개발원조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이 없는 일회성의 시혜적인 ODA이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하여는 장기적 비전과 전략 수립, 통합관리‧추진체계 구축, 국내의 관련기관과 정책프레임워크 간의 조화, 정책 일관성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부처간 이기주의로 인하여, 31개 기관간에도 정보교류와 협조도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둘째, 제대로 된 성과측정과 자료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13위 수준이며, ODA규모는 세계16위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이 원조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 한국의 원조는 구속성 원조(tied loan)의 비중이 높다는 비판도 듣는다. 원조의 규모의 증가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발효과성의 제고이다.
2013년 9월 29일부터 10월 2일 간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된 제3차 국가 평가역량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2015년을 ‘국제 평가의 해(International Year of Evaluation 2015)’로 지정하였다.
한국은 2015년에도 약 100여개 나라에서, 1,055가지의 ODA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ODA에 대한 평가는 각 부처 및 기관별로 자체평가나 용역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나마 개별 사업별로 이루어지는 평가가 대부분이며, 평가도구도 미비하고 충분한 자료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가 보다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평가결과에 대한 이해관계자들간의 공유와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ODA의 범위와 예산이 커질 것을 고려할 때, 개별사업에 대한 평가 이외에 전략, 분야, 형태 별 평가를 확대하여, 한국의 중장기 ODA정책의 방향설정에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외적으로는 원조수원국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2014년 12월 DAC 회원국들은 고위급회의(HLM)에서 1차적으로 유상원조 측정 방식을 개정하는데 최종 합의하였고, ‘지속가능한개발을 위한 총공적지원(TOSSD: Total Official Support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는 개발재원의 양적 확대와 질적 제고와 더불어, 측정방식 개선을 통해 개발재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셋째, DAC의 체제 규범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DAC는 여러 이슈에 대하여, 가이드라인, 매뉴얼, 리포트, 퍼블리케이션(publication) 등 다양한 문서를 발간한다. 가이드라인은 DAC의 주요 권고사항을 다루며,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현지 적합성, 정책일관성, 개발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다. 매뉴얼은 이를 위한 세부 매뉴얼과 평가지표를 제공한다. 리포트와 퍼블리케이션은 주요 개념에 대한 정의와 역사적 배경 설명 등 권고사항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넷째, DAC 회원국의 변화와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OECD DAC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으며, DAC도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1960년 20개국으로 출발한 OECD의 현재 회원국은 34개국이며, 26개 산하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DAC는 1961년 11개국으로 출발한, OECD의 산하위원회이다.
한국은 2010년에 DAC에 24번째로 가입하였다. 이후 체코, 아이슬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가입하면서 DAC 회원국은 29개국으로 늘어났다. EU는 세계 원조액의 약 55%를 차지하는 최대 공여자이다. 신규회원국은 모두 EU회원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EU회원국들은 대부분 지리적 공통성, 문화적 공통성 이외에 인도-유럽족(Indo-European)이라는 인종적 공통성도 가지고 있다. 신규 회원국이 DAC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동시에 협력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회원국 이외에 ‘Participant 제도’가 도입되었고, 2014년 UAE가 그 첫 번째 대상이 되었다. UAE는 participant로서 고위급회담(High-Level and Senior-Level Meeting)과 부속기구(subsidiary bodies)를 포함한 DAC의 비기밀회의(non-confidential)에 참석할 수 있다.
다섯째, 동료검토에 대비하여야 한다. DAC의 동료검토(peer review)는 1961년 이래 DAC의 설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활동의 하나이다. 동료검토는 회원국의 개발협력정책 이행, 평가시스템의 질적 향상과 효과성 제고, 개도국에서의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개발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각 회원국의 개발협력시스템을 4-5년 주기로 평가하며, 독립성, 투명성, 정확성, 분석의 질을 중요시한다.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는 DAC의 기본적인 규율체제(discipline)로, 정책 및 시스템 개선에 대해 권고 및 제안을 하고, 후속조치 프로세스(follow-up process)를 통해 제반 교훈들(lessons)이 회원국의 정책, 프로그램 및 관행으로 전환되도록 한다. 또 동료압박(peer pressure)과 동료학습(peer learning)을 장려하며, 결과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국의 제1차 동료검토는 사실 예비검토의 성격이었고, 2016-2017년 예상되는 동료검토가 실질적으로는 최초의 동료검토가 된다. 한국의 제1차 동료검토 당시 기준(2011-2012년 동료검토 평가기준)은 ①개발협력의 전략적 지향, ②원조를 넘어선 개발, ③원조규모, 채널 및 배분, ④조직과 관리, ⑤원조효과성과 성과, ⑥인도적 지원이었다면, 현재(2015-2016년 동료검토 평가기준)는 ①더 나은 포괄적인 개발을 향한 노력, ②정책비전 및 전략적 지향, ③ODA 배분, ④효과적인 개발협력 전달을 위한 조직, ⑤양질의 원조제공을 위한 원조방식 및 파트너십, ⑥결과, 투명성 및 책무성, ⑦인도적 지원이다.
회원국이 DAC 규범을 강제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원국간 정책대화와 동료검토를 통해 선진공여국으로서의 적절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구속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OECD는 DAC 동료검토 뿐 아니라, OECD 경제보고서(Economic Survey)로 알려진 경제개발검토위원회(EDRC: Economic and Development Review Committee) 동료검토, 환경성과 동료검토(Environmental Performance Review)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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