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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 지역개발 사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중국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지성태 부연구위원(한국농촌경제원구원)

2016년은 공적개발원조(이하 ODA)에 있어 매우 뜻 깊은 해이다.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인류의 빈곤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립한 새천년개발목표(이하 MDGs)의 시효가 끝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속가능한개발목표(이하 SDGs)의 시발점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MDGs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가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문제 해결은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한 선제 조건이라는 컨센서스를 이끌어 냈고, 부분적이나마 MDGs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본다. 특히 MDGs를 통해 절대빈곤인구(1일 1.25달러 이하 소비)는 1990년 19억 3천만 명에서 2015년 8억 4천만 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빈곤인구를 보유하고 있던 중국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1990년 당시 중국 전체 인구 중 약 61%가 빈곤인구였고, 2015년 그 비중은 4%까지 하락했다.
중국의 성공적인 빈곤 퇴치 배경에는, 물론 국제사회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중국 정부의 親빈곤정책이 있었다. 즉, 연평균 9% 이상의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대부분의 빈곤층이 분포하는 ‘三農(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정책지원,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에 해당하는 ‘사회주의신농촌건설’, 가장 낙후하고 빈곤인구가 집중된 서부지역을 대상으로 한 ‘서부대개발’ 장기 프로젝트 등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국가급 및 성(省)급 빈곤지역을 지정하여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집중적인 관리가 이루어졌다.
중국의 빈곤 퇴치를 위한 인적․물적 투입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 상황이 녹녹치 않은 상황에서도 대외원조를 지속적으로 병행하였다. 2011년 출간된 <중국의 대외원조> 백서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중국의 ODA 현황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백서에 따르면, 지원 누계액은 2,562.9억 위안(한화 약 46조 원)이고, 그중 무상원조는 1,062억 위안, 무이자차관과 우대차관이 각각 765.4억 위안과 735.5억 위안이다. 최근 연간 지원규모는 더욱 확대되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 ODA 누적액은 893.4억 위안으로 연간 약 5.4조 원의 한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분야도 농업, 공업, 경제기반시설, 공공시설, 교육, 의료보건, 에너지와 기후변화대응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UN 개발정상회의에서 시진핑주석은 남남협력기금으로 20억 달러를 제공하고, 2030년까지 최빈국에 대한 지원규모를 120억 달러로 확대하며, 최빈국, 내륙 개발도상국, 소국, 도서국가의 2015년 상환기간이 만료되는 무이자차관에 대해 채무를 면제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리고 작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경제포럼에서는 2018년까지 아프리카 경제 개발을 위해 6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분야는 크게 자금 지원, 인재 개발, 농촌 개발로 구분된다. 자금 지원에는 무이자차관과 무상원조 50억 달러, 중소기업 지원 개발 펀드 50억 달러, 아프리카 제조업 육성 100억 달러, 수출입보증 특혜 대출 350억 달러가 포함되었고, 인재 개발에는 현지 직업학교 설립을 통한 20만 명 교육, 매년 학자 200명, 청소년 500명 초청교육, 매년 언론인 1000명 초정이 포함되었으며, 농촌 개발에는 200개 마을 여성․아동 대상 빈곤 퇴치 사업, 100개 마을 농업 현대화 사업, 농촌지역 식량 원조 사업 등이 포함되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강화되는 만큼 개발도상국 지원에 있어서도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 주도하고 57개 창립회원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하 AIIB) 설립이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견제하며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명목으로 국제사회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 기저에는 정치적, 경제적 목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계의 견제에 대응하여 아시아 주변 우방국과 아프리카 동맹국과의 정치적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력을 담보로 한 대외원조를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 개척, 해외투자 확대, 해외고용시장을 통한 국내 실업문제 해소, 자원 확보 등의 경제적 목적과 대외원조를 연계함으로써 실익을 챙기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0년 제기된 ‘조추취(走出去)’전략과, 2013년부터 구상이 이루어진 ‘이따이이루(一帶一路)’전략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나라든 대외원조에 있어 자국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공여국과 수원국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이 2030년까지 유효한 SDGs 달성을 위한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경제발전과 더불어 국내외 빈곤 퇴출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둘째,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G2로서 경제적 지원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그 입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사회 규범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의도를 최대한 배제해야 하며 인도주의적이고 투명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국격에 맞는 역할을 부여할 것이고, 이에 중국은 SDGs 달성에 있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