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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재난재해와 지역개발정책

윤동근 (연세대학교 교수)

재난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언제, 어디서 재난이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재난발생 후에도 피해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난피해저감 및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적극적인 사전준비 활동은 재난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재해저감대책으로 크게 구조적 저감대책과 비구조적 저감대책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적 저감대책(structural mitigation measure)이란 공학적인 기술을 이용하여 재난위험지역에 구조물 혹은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재난에 노출 되어있는 건물을 보강, 개선하는 방법으로 재난으로 인한 위험도(risk)를 낮추고, 수용력(capacity)을 높이는 것이다. 비구조적인 저감대책(non-structural mitigation measure)은 법, 제도, 계획 등을 이용하여 재난에 취약한 지역의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습지, 모래언덕, 삼림 등과 같은 재난피해의 영향을 줄이고 흡수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재난에 관련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재해로부터의 위험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공학적인 기술을 이용하여 재해로 인한 피해를 완화시키는 구조적 대책은 물리적 시설물 개발을 통해 위험을 차단하고 억제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재난예방에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구조적 대책의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방재시설물의 축조와 구조물의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구조물들을 건설하는데 비용이 많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때로 장기적인 방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구조적 시설물로 인한 자연환경의 방재능력 감소에 있다. 예를 들어 강이나 하천을 보로 가로막으면 유속이 느려져 호수와 같은 정체수역이 되고 각종 오염물질의 작용으로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방재를 위한 구조물의 설치로 인해 재해위험지구가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a false sense of security)이다. 사람들은 구조적 대책으로 재해위험성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 그 지역이 실제로는 재난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설치된 방재시설물의 한계능력을 뛰어 넘는 재해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재해저감을 위한 구조적 대책들의 문제점으로 인해 법령, 지역조례, 토지이용계획 등을 이용하여 재해취약지역의 개발을 제한하거나 사전지역계획을 통해 재해위험성을 줄이는 비구조적인 대책의 병행이 중요하다.

도시지역에서 재해로 인한 피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저감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재난관리를 위한 종합적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도시기본계획은 방재 및 안전계획을 포함하고 있지만, 재해에 대한 통계연보에 제시된 발생 및 피해현황 등을 정리한 수준이고, 방재계획 부문에서는 지역적 특성 및 재해위험을 고려한 방재대책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도시방재를 위해서는 지역개발계획의 수립에 있어서 광역도시계획,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등의 도시계획 수립에 있어서 재해유형, 재해위험도 및 취약성에 근거한 재해취약지구에 대한 토지이용방향 및 계획, 개발행위제한 및 건축기준, 방재시설의 설치기준 및 설계지침 등의 도시방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행 수립지침 및 법적 규정을 보완하여 도시개발 및 환경, 토지이용 등의 개발사업 시 사전조사에 대한 정비를 강화하고, 재해 취약성 분석 결과가 공유·연계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개발계획 및 예산편성 과정에 중앙정부의 주요사업위주의 의존적 개발이 아닌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재해복원력 사업을 추가하여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증가시키는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