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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정책 평가제

조덕호(한국지역개발학회 회장)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시소를 타면 아무 재미가 없다. 시소는 양쪽이 균형이 잡혀야 하며, 기울어진 시소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들린 쪽에 더 많은 힘을 가해야 바로 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토 공간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어져 기울어진 시소가 되었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지 오래이며, 거주 인구조차도 수도권이 50%를 넘고 있다. 더구나 이와 같은 경향은 점차 심화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직장, 교육을 포함한 사회적 역량이 수도권으로 수렴되는 회오리 형 깔때기구조가 되면서 지방은 점차 소멸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어느 정부도 기울어진 시소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불균형이 심화하였다.
   실질적으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고 도시계획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각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따라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정하고 4대 복합·혁신과제 중 하나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선정하였다.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의 수립은 분권·포용·혁신의 가치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국가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을 통해 지역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고 국민이 어디서나 잘 사는 나라로 힘차게 도약하기 위한 목표 설정과 추진전략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목표와 추진체계와는 달리 구체적인 정책대안이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부족한 상태로 집권 후반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수도권 지가 상승을 포함한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수도권 쏠림현상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의 소용돌이가 연일 화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서울의 집값 상승을 막겠다고 주택을 공급했지만,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으며 현 정부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더구나 정책 내용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주택공급 확대와 부동산세 강화이며, 어느 것도 잘 작동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한 각종 부동산 정책은 지역적, 시차적 풍선효과를 반복할 따름이다. 지난 정권이 겉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지역 불균형을 조장하였으며, 표를 의식하여 수도권 현안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다른 지방의 매력을 개발하는 데에는 힘에 부쳤다. 그 결과 농어촌 소멸을 넘어 지방소멸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국토 공간의 균형적인 이용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과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제 수도권을 포함한 서울의 집중 패러다임인 도시화(urbanization)를 버리고, 전 국토 무선인터넷(WIFI)을 활용한 신유목민(new nomad) 시대를 맞이하여 농촌화(ruralization)로 우리의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역 발전 전략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 농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해답은 국토의 균형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서울에 모여 사는 것과 비슷한 대안을 다른 지역에 제시하여 국가 역량의 흐름을 바꿔 놓아야 한다.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시소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세종과 대전 이남 지역인 이른바 남부권 개발을 통한 3·3·3 국토 균형발전 전략이 요구된다. 남부권 계획은 지역융합(부산·울산·경남/강원 남부를 포함한 대구·경북/충청남부를 포함한 전라남·북도), 산업융합(디지털/그린/물류산업)과 교통융합(고속철도/국제항만/국제공항)으로 시작된다. 남부권을 지역의 산업 특성, 국토균형발전 가능성, 성장잠재력 등을 고려하여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을 수 있도록 경제적 역할 분담과 협치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가덕도에 신항만, 신공항, 고속철도를 융합한 교통체계 구축으로 물류 시스템을 제4차 산업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편하는 것이다. 강원 남부를 포함한 대구·경북지역에 K 뉴딜의 디지털 분야의 집중 투자로 산업구조를 선진화한다. 충청남·북도 남부를 포함한 전라남·북도 지역은 빛고을 광주와 새만금 지역에 그린뉴딜에 대한 집중 투자로 지역경제 발전의 성장 동력을 구축한다. 이처럼 남부권이 통합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인구 2,000만 명 규모의 대경제권을 형성하여 수도권에 버금가는 국가발전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개 지역에 3개의 주력 산업이 자리 잡고 3개 교통수단의 융합을 통한 3·3·3 남부권 개발계획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역을 구축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선도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국토균형발전 전략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국제도시로 격상하고, 남부권을 제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게 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안정, 국토균형발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고속철도를 포함한 교통망이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되면, 한반도의 평화체계 구축은 말할 것도 없고 동북아 및 세계 공동번영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가 수도권과 남부권의 접점에 자리함으로써 국토 균형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장기적으로 동북아 공동번영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나라가 세계 선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