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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문재인 정부의 지역정책에 대한 평가

정준호(강원대학교 교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역정책을 적극적으로 입안하고 시행한 정부는 참여정부이다. 그 후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5+2 광역경제권과 지역행복생활권 구상을 내세웠다. 현 정부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 공간,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주도의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집권 4년이 지난 후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2021)는 현 정부의 지역정책을 성과와 한계를 검토한 바가 있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고용률 격차의 감소, 수도권과의 문화예술 활동 격차 감소,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초·중등 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 사회서비스원 설치와 의료·분만 취약지역 지원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으나, 생산과 분배소득의 지역 간 격차 확대,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 증가 등과 같은 비수도권 서비스 접근성의 질적 수준이 미흡한 점, 청년층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수도권 인구집중 가속화 등에 따라 수도권 집중 반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자평하고 있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21).
    현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균형 정책의 공간적 단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간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부문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 공간, 산업은 부문 정책을 지역별로 분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부문 정책이 지역 내에서 통합적으로 연계 조정되어야 지역정책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개혁이나 조치는 단행된 것이 없다. 예를 들면, 부울경 같은 초광역 경제권 논의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 아니라 지자체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나온 것이다.
    둘째, 토건 위주 지역의 숙원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회피하거나 지역 뉴딜사업으로 포함된 것이다. 지역의 장기 비전과 부합되지 않는 토건 위주의 개발사업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개발사업이 특히 지역의 소수 이해관계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EU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정책설계에 참여하여 지역 전략을 공유하고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평가하는 장소 기반 정책을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Barca and Terribile, 2019).
    셋째, 지역정책이 인구문제(지방소멸),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 등 대전환의 시대적 화두와 긴밀하게 연계가 되어 있지 않다. 인구문제는 지역 차원에서도 지방소멸 문제로 인식되어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디지털과 에너지 전환 문제는 부문 정책으로 다루어져 지역정책과는 접점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과소인구 문제로 씨름하는 농산어촌의 경우 로컬 푸드, 지역협동조합, 지역화폐 등 사회적 경제 부문의 확대 등 비시장적인 지역 내 순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리적으로 상이한 경험기반 숙련을 가지는 지역특산물을 발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낙후된 농산어촌에 제한하여 도시의 생활비에 버금가는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는 도시지역으로의 노동 공급을 줄여 지역 간 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Waldman, 2016). 효율성을 내건 소규모 농산어촌형 지자체의 통합과 폐지를 통한 인구감소지역의 압축 도시화는 과소 농산어촌을 방기하겠다는 것이어서 반발이 심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주민의 이동성을 전제로 한 지역재생은 쉽지 않으며, 장소 기반의 정주 여건을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과 화석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중앙형 에너지원 대신에 분산형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에너지 전환이 지역정책과 맞물려야 한다. 그리고 부울경 지역과 같은 산업지역이 제조역량에만 특화되어 생산자서비스와 융합하여 새로운 기회와 경쟁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스마트공장의 구축도 역내에서 독자적으로 구축할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은 구상과 실행의 공간적 분리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지역에서 추구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