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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도시재생과 중간조직의 역할
- 광주광역시 동구의 마을공동체 사례-

정봉현(전남대 지역개발학전공 교수)
문창용(광주시 동구 도시재생센터 연구원)

광주광역시 동구는 광주의 원도심지역이다. 원도심은 학자마다 그 정의가 다소 다르지만, 도시가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도심기능을 가졌던 지역이다. 이런 의미에서 광주의 동구지역은 오랜 역사성과 장소성을 갖고 있으며, 그 장소성에 기반을 둔 도시공동체도 다양하고 뿌리도 깊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업무·상업·주거기능이 타 지역으로 분산되기 이전에 명실상부한 광주의 중심지로서 그 흔적과 이미 형성된 공동체가 유일하게 남아있다. 원도심지에는 과거에 광주의 전반적인 행정?업무기능을 담당한 광주시청이 있었던 계림동, 각종 금융기관 및 전남도청이 집중된 금남로, 버스터미널과 광주역이 있었던 대인동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광주의 중심상업지역인 충장동·금동, 고급주택이 밀집한 동명동은 물론 도심산업 노동자가 거주했던 푸른길 주변의 산수동?지산동 등이 들어있다. 과거에 화려하고 분주하게 작용하던 원도심의 기능과 활력은 상무지구, 첨단지구, 수완 지구 등 주변 신도심지로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분산되어 오늘날 예전의 원도심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현재에도 어느 정도 원도심의 주민공동체는 남아있으며 그 특성도 다양하다.

동구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원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선도사업, 푸른길 주변 도시재생사업, 원도심활력프로젝트,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도시재생선도사업은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선정(2014년)되어 쇠퇴한 원도심의 주거 및 상업기능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문화전당과 연계한 상가공동체 뿐만 아니라, 푸른길로 소통하는 주거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하여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주민들과 상호간에 호흡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아카데미와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푸른길 도시재생사업은 폐선부지를 활용하여 조성된 푸른길 주변 마을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푸른길 공원 혹은 유휴공간에 각종 장터, 공연, 전시 등 문화관련 콘텐츠를 통해 마을의 활력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주민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공간조성으로 작은 공연장과 테마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중앙기관의 공모사업(행자부, 희망마을), 광역시의 공모사업(市, 창조마을), 자치구의 주민제안공모사업 등 공모사업이 주종을 이룬다. 공모사업의 형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추진 방법으로 주민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동구는 2014년 도시재생지원센터 설치, 2015년에는 마을컨설턴트와 코디네이터, 관광두레피디 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공모사업의 목적과 취지를 주민들과 면담을 통해 홍보하고, 간담회를 통해 주민(조직)의 필요를 파악하였다. 기존에 있던 주민조직, 새로 형성된 주민조직 등 다양한 주민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도록 센터에서 사업성격과 범위를 주민조직의 특성에 맞게 컨설팅을 수차례 진행했다. 컨설팅 과정에서 주민조직의 아이디어를 구상계획서에 옮길 때 구청의 관련 실무부서 담당자와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공모에 제출하였다.

현재 동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들은 주민들의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공간마련 및 시설정비의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간마련 위주의 초기사업 진행이 현재 도시재생패러다임과 맞지 않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주민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도시재생을 위한 초기단계의 역할이라 여겨진다. 도시재생이 복합·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물리적 재생을 보완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적인 도시재생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동구의 마을관련 사업들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활성화를 통한 도시재생의 이슈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한 도시재생은 사업추진에 있어 행정, 주민, 민간 중, 어느 하나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거버넌스를 통하여 재생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은 마을공동체의 형성과 회복을 위해서 마을에 대한 애착심은 물론 이웃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생각하는 연대감,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가 요구된다. 공모사업을 진행하다보면 마을공동체를 위한 사업보다는 개인 및 특정조직의 이익을 위해 접근한 경우들도 있다.

행정이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그 제도와 사고가 유연해야 하지만, 형평성과 기회균등이라는 가치와 상충되는 등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계획하고 중요한 마을의제를 해결 또는 운영할 수 있도록, 이에 수반되는 행정절차를 제공하고 관련 제도적 장치(조례, 규약)를 구비해야한다. 그 이유는 관련 재생사업이 특정 조직을 위한 사업, 보조금만으로 운영되는 사업, 사업을 위한 형식적인 주민조직형성 등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업진행의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 주민들의 필요와 어려운 점을 청취하고 마을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역량과 마을에 대한 애착심을 고양해야 한다. 더욱이 마을주민 간 교류를 확대하여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든다는 현실 인식을 심어주기 위하여 주민역량강화프로그램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관련사업이 성장하고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여 단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주민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동구의 마을공동체를 통한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의견수렴 창구와 주민주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행정, 주민의 역량을 지원하는 센터, 그리고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주민조직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