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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지역개발 우수사례

칠곡군 무림리 무탄소?유기농 마을의 새로운 실험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1. 도시농업의 새로운 가능성

아파트와 건물, 도로 등 대부분 시멘트로 조성?포장된 도시의 공간과 길은 사람과 자연과의 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하였다. 농촌 속에서 농산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공간이 도시로 발달하면서 도시와 농촌이 분화된 역사 이래, 도시는 농촌과 다른 길을 걸었고, 농업생산 활동과 분리된 철저한 소비의 길을 걸었다.

농업을 잊게 된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부작용은 적지 않다. 도시농업은 만성적 스트레스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정서를 되찾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까지 3회나 개최된 ‘대한민국 도시농업 박람회’와 같은 대형 도시농업 이벤트가 시민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도시농업은 시민들에게 도시민들이 잃어버린 농업의 되찾기, 도시농업을 통한 스트레스의 치유, 농업 체험을 통한 정서 회복 등의 효과가 적지 않다.

도시에서 농산물 생산 활동은 상업적 목적은 아니라도 소비자에게 주는 정서적 효과는 경제적 이익 못지않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기초와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도시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례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아래로 부터의 도시농업 법제화 운동은 2011년 11월 정부 차원의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구체화 되었다.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의 무탄소?유기농마을은 작은 실험을 시작하였다. 농촌지역에서 도시농업을 위한 실험적 활동이 태동한 것이다. 도시농업은 도시공간의 막힌 공간의 자투리 공간에서 실천하는 농업 활동이다. 농촌지역의 농지를 대상으로 하는 농업 활동이 아니다. 농지가 아닌 도로변, 건물 내?외벽, 옥상, 아파트 텃밭과 베란다 등 도시의 자투리 공간에서 영위하는 농업 활동이다. 칠곡군 무림리의 실험은 농촌 공간에서 도시사람들이 농업을 항상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모델이다.

2. 무탄소?유기농 마을의 특징

무림리 무탄소?유기농마을(이하 무탄소 마을)은 2013년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창조지역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창조지역사업은 지역의 리더, 혹은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지역에 있는 자원을 최적 활용함으로써 창의적인 매력을 가진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정책사업이다. 무탄소 마을은 칠곡을 창조지역으로 바꿀 개연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무탄소 마을의 주요 특징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무탄소 마을은 농촌지역에 유리온실을 설치하여 만든 인공의 마을이다. 유리온실이 하나의 무탄소 마을이 된 것이다. 농촌에 비닐하우스 설치가 다반사인 시대에 유리온실을 설치한 것이 특별히 대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게만 간주할 일은 아니다. 유리온실은 유리온실이되, 온실 설치 위치를 조절하였다. 무림리 사람들은 유리온실을 반 지하로 조성하였다. 약간의 지열 효과에 태양열 복사를 적게 하여 연료비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굳이 하나 더 보탠다면 반 지하 공간화를 통해 공간의 아늑함 효과와 차별화 효과를 더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유리온실 내 농작물의 재배공간을 바꾸었다. 대부분의 유리온실, 혹은 비닐하우스는 토양재배가 원칙이다. 최근에 딸기 재배에서 인공토양이라 일컬어지는 고설재배가 확산되고 있지만, 무탄소 마을은 이와 다르다. 도시농업처럼 상자재배 방식을 선택하였다. 유리온실 내 토양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농업의 상자텃밭과 같은 형태로 대형상자(그림1)를 설치하여 그곳에서 농작물을 재배한다. 토양재배에서 상자재배로 바뀌면서 도시농업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농작물 재배지와 사람이 다니는 공간이 분리됨으로써 온실 내 공간의 활동도가 크게 증대되었다.

[그림 1] 농가보급형 재배동의 상자텃밭 모습

셋째, 기존의 모습과는 완벽히 다른 상자텃밭을 개발하였다. 도시농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자텃밭의 모습은 가로, 세로 규격 50cm, 높이 20~30cm 정도이다. 하지만 무탄소 마을의 상자텃밭은 높이 80~100cm, 길이는 온실이나 하우스 크기별로 10m가 넘는 대형 상자부터 도시농업을 할 수 있는 공간 상황에 맞추어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상자의 깊이 80cm에 가로 1m, 세로 2m 정도의 상자텃밭은 도시에서 유용한 농업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시민들의 출입이 많은 도시의 관광서, 금융기관, 대형마트의 여유 공간에 설치하게 되면 1~2년 정도는 80m 깊이에 쌓여 있는 유기물인 상토의 비옥도를 이용하여 상토 교체 없이 각종 농작물을 연속해서 재배할 수 있다. 관리는 적게 들고 수확량은 일반 농업보다 2~3배는 더 많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넷째, 유리온실은 농작물 재배지이자 체험 공간,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피?아가 섞이고, 이것과 저것이 하나로 연대하는 융?복합이 대세인 요즘, 농작물 생산 공간과 체험 활동, 음식소비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계한 것은 당연한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최초로 그렇게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섯째, 농가보급형 재배모델을 제시하였다. 무탄소 마을의 유리온실, 혹은 비닐하우스 기반이어서 전업농들도 채택할 수 있다. 비옥한 상토가 있는 상자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잡초의 최소화 및 제거의 어려움을 덜어 준다. 뿐만 아니라, 손쉬운 관리를 통해 어렵고 힘든 영농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완해야할 점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상자텃밭 농업이 도시민들의 취미농 활동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만 하더라도 무탄소 마을의 실험은 가치가 있다.

무탄소 마을은 매우 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했고, 특허를 출원해도 좋을 고품질의 상품화 조건도 갖추었다. 도시농업의 기본을 큰 틀에서 바꿔놓았다. 80~100cm 깊이로 상토를 쌓아 1~2년은 안심하고 농사를 하면서도 일반농사 보다 더 많은 수량을 얻을 수 있다. 도심지의 다양한 건물 유휴 공간에 상자텃밭을 설치하면 기존의 작은 규모의 상자텃밭에서 하는 취미 수준의 농업이 아니라, 농촌의 농장에서 자라는 싱싱한 농작물 생산도 가능한 길을 연 것이다. 농업인들이 일반 농작물 재배에 적용한다면 소위 말하는 3D농업(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농업; difficult, dirty, and dangerous agriculture)을 3E농업(쉽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농업; easy, efficient, and economic agriculture)으로 바꿀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3. 무탄소?유기농 마을의 주요 활동

무탄소 마을은 무공해 무탄소 유리온실 500㎡, 농가보급형 유리온실 500㎡를 조성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무탄소 마을은 이 공간에 다양하고 영양가 높은 지역특산 채소류를 소재로 여러 가지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어린이들에게는 추억, 인성 함양에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농촌주민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도시민의 유입을 촉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무탄소 마을의 체험장 시설을 보면 교육장, 다목적 체험장, 재배장, 채소 체험장, 꼬마농부 체험장, 야채요리 체험장, 야채즙 체험장, 누름인쇄 체험장, 세수대 및 바람소독실이 있다. 그리고 농업인에게 보급할 수 있는 농가보급형 재배동도 갖추었다.

<표 1> 무탄소 마을의 체험장 시설 및 주요 활동

시설 활동
교육장 / 다목적 체험장 체험장 소개 및 인사
유기농 채소 학습
상추비누 체험
재배장 / 채소 체험장 유기농 채소 수확
유기농 채소 학습
상추비누 체험
꼬마농부 체험장 채소모종 심기
꽃모종 심기
채소특성 및 재배학습
야채요리 체험장 야채 샌드위치
생야채 김말이
야채 비빔 컵밥
야채즙 체험장 즙 체험용 야채소개
즙 만들기
마시고 평가하기
누름ㆍ인쇄 체험장 12간지 동물 누름 인쇄
야채 누름인쇄
세수대 / 바람소독실 야채 씻기, 손 씻기
바람을 통한 멸균
차례차례 입장
농가보급형 재배동 농장 둘러보기
농작물 학습
부대시설 화장실(여2, 남2)
생수대
바람소독기

재배장에서는 유기농 채소 수확 체험, 유기농 채소 학습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상추비누 만들기 체험 등 농작물을 활용한 상품 만들기 체험 기회도 있다. 이밖에 채소모종 심기, 꽃모종 심기, 그리고 어린이들은 각종 채소가 자라는 상자텃밭 옆에 있는 책상과 의자에 앉아 채소의 특성 관찰 및 재배 기술 등에 대해 직접 체험 학습을 하게 된다. 수확한 채소 씻기, 이를 활용한 야채 샌드위치, 생야채 김말이, 야채 비빔 컵밥 만들기 등 야채요리 체험도 유리온실 내 공간에서 할 수 있다.

무탄소 마을의 각종 활동은 모두 유리온실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사계절 운영이 가능하다. 채소 재배, 수확, 요리체험 등을 통해 농업 활동의 소중함을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무탄소 마을의 체험활동은 어린이들에게 패스트푸드가 지천인 시대에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가 왜 소중한지를 알려 줄 것이다.

[그림 2] 재배장 및 채소체험장

4. 무탄소?유기농 마을의 확산을 위해

무림리 사람들은 무탄소 마을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 무림두레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마을주민이 다 함께 참여하는 마을비즈니스로 확산시키기 위함이었다. 협동조합은 무림리를 지속적으로 창조마을로 키워가는 중심축이 되도록 할 것이다. 마을 주민 모두가 마을사업의 주체가 되었다. 무탄소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각종 체험지도자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체험 활동을 지도하면서 깨닫게 된 크고 작은 문제들은 토론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화된다. 협동조합을 통해 성숙된 무탄소 마을 주민들의 집단지성은 무림리를 더욱 창조적인 마을로 변화되게 할 것이다.

무탄소 마을의 실험은 농업인에게 3E농업은 물론, 도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도시농업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무탄소 마을에서 제작하는 상자텃밭 한 개 가격은 50~100만 원에서 200~300만 원까지 다양한 모델로 제작 가능하다. 도시민들이 많이 찾는 관공서, 금융기관, 대형 마트 등의 유휴 공간에 설치할 경우 적어도 1~2년은 신규 상토 걱정 없이 싱싱하고 건강한 채소류를 넉넉하게 수확, 함께 먹을 수 있다. 이를 감상하는 도시민들은 자신들의 가정에도 무탄소 마을의 상자텃밭으로 도시농업을 시도해 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업을 모르는 도시 아이들에게 4계절 내내 체험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농업, 농촌의 든든한 후원자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무탄소 마을이 미래세대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이다. 한국농업의 미래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무림리에서 제시한 무탄소?유기농 마을 모델에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