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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희(토지주택연구원 도시재생연구실 수석연구원)
2013년「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4년 총 13개 도시재생선도지역이 지정되면서 한국의 도시정책은 개발에서 재생으로라는 정책의 전환기에 서게 되었다. 계획의 측면에서 이러한 정책변화는 새로운 계획의 수립을 요구하게 되는데 여기서 도시재생 관련 계획이란 동법에 의한 도시재생전략계획(이하 전략계획)과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하 활성화계획)을 말한다.
전략계획은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을 고려하여 도시 전체 또는 일부지역, 필요한 경우 둘 이상의 도시에 대하여 도시재생과 관련한 각종 계획, 사업, 프로그램, 유·무형의 지역자산 등을 조사·발굴하고,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하는 등 도시재생추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계획을 말한다. 전략계획은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10년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경우 5년 단위로 정비하도록 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계획의 목표 및 범위,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 쇠퇴진단 및 물리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여건분석,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지정 및 변경, 도시재생활성화지역별 우선순위 및 지역 간 연계방안, 도시재생지원센터·주민협의체 등 실행 주체 구성방안, 중앙·지방 정부 재정 지원 및 민간투자유치 등 재원 조달 계획, 지원조례·협정지침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제도 발굴, 도시재생기반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계획, 기초 생활인프라 최저기준 달성을 위한 계획,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성과관리 방법 및 기준 등이다.
활성화계획은 도시재생전략계획에 부합하도록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대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지역주민 등이 지역발전과 도시재생을 위하여 추진하는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수립하는 실행계획으로 도시경제기반형 활성화계획과 근린재생형 활성화계획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도시재생을 위한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대상지역을 말한다. 활성화계획의 주요 내용은 계획의 목표, 도시재생사업의 계획 및 파급효과, 도시재생기반시설의 설치·정비에 관한 계획, 공공 및 민간 재원 조달계획, 예산 집행 계획, 도시재생사업의 평가 및 점검 계획 등이다.
이러한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의 수립을 돕기 위하여 국토교통부는 동법 제19조에 따라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 가이드라인(2014.6.23)”과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 가이드라인(2014.6.23)”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2014년 12월 기준 12개 선도지역의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 수립되었고 현재 지자체별로 전략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또한 올해 일반지역이 추가로 선정되면 이들 지자체들도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런데 상향식, 주민참여를 강조하는 계획으로서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의 수립은 아직까지 이상과 현실사이의 간극이 크다. 이에 이 글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수립하는 전략계획 및 활성화계획 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가이드라인의 성격과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과도 연계되어 있는데 현재의 전략계획 및 활성화계획 가이드라인 포맷은 구속력을 갖는 지침의 성격과 계획 수립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길라잡이 성격이 섞여 있다. 따라서 계획의 효력(행위제한, 타 계획과의 관계 등)과 실행력(참여적, 협력적 계획의 수립)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의 성격과 위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특별법 상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포함되어 있더라도 시행규칙이 없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서 이들 개념들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국비지원 신청 시 근린재생형을 일반 근린재생형과 중심시가지 근린재생형으로 구분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역세권의 경우 경제기반형과 근린재생형 둘 다 가능하여 전략계획에서 활성화지역 지정 시 어떤 유형으로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자체 문의가 많았다. 또한 마을기업의 경우에도 기존에 지정된 곳을 말하는 지 아니면 새로 지정하겠다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둘째, 계획의 내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계획의 내용은 계획의 비용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채워야할 내용과 그 비용에 관한 계획 수립권자인 지자체와 용역업체 간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전략계획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고 활성화계획이 구체적인 실행계획인데 전략계획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전략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자체의 도시재생에 대한 방향 도출, 활성화지역의 지정, 우선순위 선정이므로 이를 강조하고 계획 내용을 간소화하거나 지자체별 여건 및 특성을 감안하여 선택적으로 적용하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활성화계획은 계획 수립 후 계획대로 집행하는 계획이 아니라 실행과정에서 계속적인 변경이 불가피한 계획임에도 ‘대상지역 및 경계를 명확하게 표현’하도록 하는 등 여전히 청사진식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전략계획 수립 시 활성화지역의 지정이 가장 중요한데 실제 계획 수립 시 이 부분이 정말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특별법에서는 활성화지역 지정 시 타 사업구역과의 중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동법 제2조7항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은 도정법에 따른 정비사업, 재정비촉진사업, 도시개발사업, 역세권개발사업 등이 모두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비촉진구역 등이 실제 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활성화지역 지정 시 이들 지역을 포함할 경우 도시재생사업의 효과가 더 커질지 사업 추진 시 장애요인이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활성화지역에 포함하기보다 도시재생사업 추진 시 이들 사업과 연계하거나 이들 사업 해제 시 포함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넷째, 전략계획 수립 시 도시 규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을 하고자하는 모든 지자체는 전략계획을 수립하여 활성화지역을 지정하고 이 중 우선순위에 따라 활성화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런데 인구 10만 이하 시·군의 경우 재생이 필요한 활성화지역이 1곳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동일 지역에 대해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을 각각 수립하여야 한다. 따라서 도시 규모를 고려하여 인구 10만 이하 도시의 경우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할 경우 전략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거나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을 통합하여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과 타 계획과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즉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 등 기존 타 계획과의 관계와 전략계획 및 활성화계획의 위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계획 수립에 있어 주민참여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문제제기이고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의 수립에서도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가이드라인 전체적으로 주민의견 수렴이나 주민 참여에 대한 부분이 많은데 구체적인 기법에 대하여는 여전히 주민설명회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주민과 만나 소통하는 다양한 기법들이 연구되고 실험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계획의 변경과 관련하여 경미한 변경 관련 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략계획의 경우 경미한 변경은 동법 제13조 6,8,11호로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전략계획의 내용 변경 시 연동하여 변경되겠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전략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활성화지역의 지정과 우선순위 선정이므로 이를 변경하는 것 외에는 모두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활성화계획의 경우 동법 제26조 경미한 변경은 총사업비 10%이상의 증감과 면적의 변경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활성화계획의 경우 국비지원 금액의 변동이 없는 한 총사업비의 변경이 없고 면적의 변경도 크지 않다. 따라서 활성화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기 수립된 활성화계획의 사업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고 해도 경미한 변경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째, 전략계획 및 활성화계획 수립 시 행정동 자료는 현실 반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동일 행정동에는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이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 수립에서는 기초 조사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충분한 현실 파악 속에서 적절한 대안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 조사 또는 기초 조사 등의 공간단위를 집계구 또는 자체적으로 구역을 구분하여 조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하겠다. 또한 조사과정에서부터 주민참여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마을의 문제점과 자산은 마을 사람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인데 이 또한 계획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
여덟째, 현재의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은 사후관리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 국비지원 이후 성과관리 및 도시재생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도록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대동소이한 결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딜레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성공사례로 알려진 성미산마을의 성공요인 중 하나였던 마을카페의 경우에도 최근 문을 닫게 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이 외에도 공동체를 활성화하거나 죽어가던 상권을 살려놓으니 임대료가 폭등하여 원주민들이 퇴출되는 사례는 비일 비재하다. 따라서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의 내용에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방지하거나 토지주 및 건물주의 합의를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하여 결국 현재의 도시재생사업은 5년간 지원되는 국비지원이 완료되면 끝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추가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 수립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현재 지자체별로 한창 계획들이 수립되는 과정에 있고 지자체 계획 역량은 크게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에 수립하던 계획과는 다르게 수립하여야 한다는 제도적 강조는 모두에 언급한대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낳고 있다. 특히 기존 활성화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은 2014년 지정된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올해부터 지원되는 일반지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올해부터는 기존의 사업 유형 중 근린재생형이 중심시가지형과 일반형으로 구분됨으로 전략계획 및 활성화계획 관련 법규의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정계획인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을 꼭 수립하여야만 하는데 아직까지 많은 지자체에게 이들 계획의 수립은 국비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니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그때 가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지방재정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국비지원여부와 관련 없이 도시재생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스스로의 참여와 그에 따른 지속적인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계획 수립 용역발주, 절차 이행, 승인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계획 체계로는 도시재생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어렵다. 결국 모든 계획이 그러하듯이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의 수립은 지자체의 계획 역량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을단위 역량 강화나 마을 계획 수립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계획기법에 대한 연구와 실험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들이 모아지면 실제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 수립이 매우 수월해질 수 있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틈을 점차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