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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률 연구위원 (충남연구원)
1. 외암민속마을의 개요
외암민속마을은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외암민속마을은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어 있고, 일반 민속마을과 달리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외암민속마을은 충청지방 고유 격식을 갖춘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다량의 민구과 민속품이 전해여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외암민속마을이 국가지정 전통건조물 보존지구, 즉 전통민속마을로 지정된 것은 1988년이었다. 처음 외암민속마을이 민속마을로 지정될 때, 대부분은 주민들은 적극적인 동의하였으나, 막상 민속마을로 지정된 이후에는 건축규제 등으로 인해 불편이 발생하자 오히려 민속마을지정을 해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2000년에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받아 건축물은 물론 생활규제까지 받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외암민속마을 주민들은 민속마을로 지정됨에 따라 오히려 마을발전이 제약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중 외암민속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을 2004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추진된 녹색농촌체험마을은 외암민속마을을 테마로 하여 도시민들에게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민박과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하자는 목적에서 시도되었다. 그 이후 2005년에는 팜스테이로 지정되어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기반시설, 즉 숙박시설 리모델링, 샤워실 및 음식체험관 등의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외암민속마을 주민들은 민속마을이 더 이상 마을발전의 저해요소가 아니라 외암민속마을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사진 1> 외암민속마을의 전경
2. 외암민속마을의 발전과정
1) 주민참여로 마을공동체 의식복원
아산외암민속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서 소규모 마을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예안이씨의 집성촌이라는 특성도 있다. 따라서 외암민속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서 공동체의식이 덜 훼손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암민속마을이 민속마을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주민들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민속마을 지정 이후 생활불편 등으로 외암민속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을 계기로 해서 민속마을이 마을발전을 저해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당시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리더와 지역주민간의 적극적인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외암민속마을에서는 매월 주민회의를 개최하는 등 주민참여가 매우 적극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주민들이 마을회의 혹은 교육 등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참석수당을 지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있고, 그 결과 현재는 주민참여율이 10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지금도 일부에 있어서는 주민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마을리더가 지역주민과 밀접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2)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2009년 문화재청은 외암민속마을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신규 등재하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전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외암민속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외암민속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외암민속마을에 대한 외국관광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외암민속마을을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주민자발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문화재를 바라보던 대체적인 시각은 문화재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외암민속마을의 경우, 도시민들이 방문이 많기 이전에는 오히려 외암민속마을의 경관이 지역주민들에 의해서 훼손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외암민속마을을 방문한 도시민들이 훼손된 사항을 지적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안타까움을 이야기할 때, 지역주민들은 도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적극적으로 시정함으로써 오히려 외암민속마을이 더 잘 보호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최근 외암민속마을에서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역특산품 가공공장을 외암민속마을 안에 설립하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의 규제로 인해 외암민속마을 안에는 가공공장을 현실적으로 설립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외암민속마을의 가공공장을 어디에 설립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외암민속마을 밖에 농산물가공공장을 설립하고, 가공상품을 외암민속마을의 판매소에서 판매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외암민속마을이 아닌 곳에서 만들어진 농산물가공품을 외암민속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해서 판매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외암민속마을에서는 주민주도에 의한 자발적인 외암민속마을 장단기발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계획에서는 외암민속마을의 비전을 설정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가꾸기 위한 노력을 마련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외암민속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고려하여 향후 외국인 농촌관광수요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3. 외암민속마을의 성공요인
1)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 설정
외암민속마을의 브랜드 혹은 이미지는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라는 것이다. 이는 외암민속박물에 실제 현지인이 거주하면서 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암민속마을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마을구조와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는 외암민속마을의 가치와 의의를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속박물관이라고 하면, 실제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외형의 모습을 보전한다는 경직된 사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반가의 전통적인 구조를 원형 그대로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지금 우리와 똑같은 현대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외암민속마을이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가장 큰 이유라고 하겠다. 처음에 외암민속마을 주민들은 민속마을로 지정됨에 따라 오히려 마을발전이 퇴보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다수의 주민들이 희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외암민속마을의 보전이 마을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역주민들이 이해하였다는 것이다. 그 동안 외암민속마을은 마을가꾸기경진대회 우수상과 특별상(2007, 2008), 1촌1사상(2008)을 수여받는 등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 주민소득사업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운영
외암민속마을의 경우 다른 마을과 달리 처음부터 숙박과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주민소득사업을 추진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주민소득사업이 추진될 경우,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확보이다. 이를 위해서 외암민속마을에서는 팜스테이 사업이 한 다음 연도인 2005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사무장 제도를 도입하였고, 2010년부터는 아산시의 재정지원을 받아 사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사무장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부족한 주민역량을 외부지원으로 보충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사업집행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주민소득사업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운영을 위해서 사업초기단계에서부터 수익배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외암민속마을에서는 숙박의 경우는 소득의 10%를 마을발전기금으로, 그리고 체험의 경우는 소득의 20%를 마을발전기금으로 적립한다는 명문규정하에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의 비영리법인단체로 운영되던 운영조직을 외암골영농조합법인으로 제도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을가꾸기사업 특히 소득사업이 관계된 경우에는 경영의 효율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서 반드시 영농조합법인의 설립이 전제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특히 외암골영농조합법인에서는 선도적으로 새로운 지역자원발굴과 스토링텔링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엿장수 이야기라는 외암민속마을의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고 있고, 짚을 이용한 각종 공예품을 U-농촌관광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3) 지속적인 주민교육과 참여인센티브 제도
외암민속마을에서는 마을가꾸기사업을 추진한 이후 지속적으로 주민교육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매년 분기별로 주민서비스품질교육을 시행해 오고 있다. 주민서비스품질교육에는 평균적으로 4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교육을 통해서 외암민속마을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주민역량의 제고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외암민속마을에서는 타 마을과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을 여러 가지 도입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지공예, 영어학습, 풍물, 다듬이난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외암민속마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주민참여가 매우 열성적이라는 것이다. 외암민속마을에서는 마을회의와 교육 등에 주민이 참여할 경우 참석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참석수당은 주민참여를 적극적으로 하는 인센티브 장치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마을발전기금을 다시 주민에게 환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여하튼 주민참여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외암민속마을의 경우 주민참여가 월등히 개선된 사항으로 변화되었다.
4. 나오며
외암민속마을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차별화된 민속마을자원을 테마로 하여 마을가꾸기사업을 추진한 지역이다. 외암민속마을의 경우에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추진되기 이전에는 별로 큰 대규모 사업이 추진된 적이 없다고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반드시 대규모 마을가꾸기사업이 농촌마을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외암민속마을이 성공적인 마을가꾸기사업의 사례로 소개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차별화된 지역자원과 적극적인 주민참여에 기인하다고 하겠다.
한편 외암민속마을의 성공요인은 맹목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를 발전의 핵심동력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암민속마을이 다른 마을과 차별성을 갖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문화재를 더 이상 멀리서만 바라보고 보존하는 형태를 탈피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외암민속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면,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소규모 가공공장 등의 사업이 외암민속마을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