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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초빙연구원 (충남연구원)
전형적 중산간지역 치즈정이 도전하는 주민자치 - ‘1/0 운동’
치즈정(智頭町, 정은 한국의 군에 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은 일본 돗토리현 동남부의 인구 7,600명, 고령화율 37.2%(2015년 9월 현재)의 작은 마을로 마을 면적의 93%가 산림인 전형적인 중산간지역이다. 주요산업은 임업으로 ‘치즈(智頭) 삼나무’는 전국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에는 인근지역과 연결되는 교통요충지적 위치로 돗토리지역 최대의 숙박마을(宿場町)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인구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돗토리현 치즈정 위치 | 마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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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1.town.chizu.tottori.jp, 야후재팬 이미지
‘영분의 일 마을만들기 운동’(이하, 1/0 운동) 은 1997년부터 시작한 치즈정의 주민운동으로, 최소 커뮤니티 단위인 ‘집락(集落)’마다 비전을 만들고 이를 계획적으로 실천해가자는 운동이다. 인구 과소화· 고령화로 인해 작은 마을축제마저 열 수 없는 집락이 출현하면서, 이런 현상에 강한 위기감을 갖게된 주민이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비전을 만들고 지혜와 돈을 내는 것은 주민이고, 행정은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지원하는 역할이다. 기존의 행정이 ‘모든 곳에 평등한’ 지원방식이었다면, 여기서는 ‘의욕있는 집락을 집중적·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다르다.
‘1/0 운동’이라는 이름은 ‘0에서 1, 즉, 무(無)에서 유(有)로 내딛는 첫걸음이야말로 마을만들기의 정신’이라는 이념에서 붙여졌다. 이 운동은 ‘마을의 자랑거리 만들기’를 목표로 지역경영(생활과 지역문화를 재평가하고, 촌락의 부가가치 창출), 교류(마을의 자랑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 회사와 교류), 주민자치(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어 마을을 만들어감) 라는 3개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 활동절차는 다음과 같다. 참가를 원하는 집락은 10년후 집락의 모습을 그려, 이를 실현시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집락진흥협의회’ 가입과 규약제정 등을 실천한다. 이 규약에는 필히, 전 가정이 매년 5천엔 이상 부담해 전 주민이 운영할 것, 앞의 3개축을 활용해 활동항목을 정할 것, 스스로의 책임으로 볼런티어 활동을 할 것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이들 조건을 가미해 계획을 세운 집락에 대해 정(町)사무소가 심사하고 ‘1/0 운동’ 참가를 인정한 곳에 10년간 300만엔을 보조한다. 이 보조금의 사용처는 하드사업(시설정비, 비품구입 등)이 아닌 소프트사업(문화 전승사업, 시찰 등)에 국한한다. 주민들은 함께 3년임기의 지역리더를 선출하고, 행정은 직원을 어드바이저로 파견하여 함께 정보률 공유하고 마을만들기에 동참한다.
1기 (1997년~2006년)에는 치즈정 89개 집락 중 16개 집락이 참가해, 9개 집락이 10년 보조기간을 마쳤고, 현재는 16개집락, 2개지구가 2기(2008년~2017년)를 운영 중이다. 2기부터는 지구 100만엔, 집락 50만엔 상한으로 보조금을 교부한다.
집락의 다양한 계획을 통해, 숲의 재활용, 전통행사의 재발견·부활·전승활동, 집락전체의 NPO법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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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정의 주요테마 ‘삼림 테라피’ | 집락간 네트워크 아침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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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를 활용한 목공실 주민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설치 |
매월 1회 열리는 생일모임 지구 주민들의 교류의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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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유치원 ‘마루탐보’ | 집락운영의 숙박관 |
출처) 야후재팬 이미지
집락에서 지구 활동으로 - 자연파생하는 커뮤니티, 100인 위원회
1997년부터 시작된 ‘1/0 운동’ 1기가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던 중에, 2001년부터는 새로운 활동이 시작되었다. 운동에 참가하고 있던 집락들이 협동하여 각 집락의 특산품을 한데모아 아침시장을 여는 등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집락이라는 단위를 넘어, 집락간의 커뮤니티가 생겨난 예라고 하겠다.
치즈정은 운동 2기부터 초등학교구를 단위로 정(町)을 6지구로 나누어, 운동에 참가하지 않는 집락도 참가시키는 ‘지구진흥협의회’를 발족하고, 동 운동에서 태어난 새로운 주민자치시스템을 지속·발전시켜나갈 조직을 만들고 있다. 2008년 4월부터는 지구협동협의회 활동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주민이 가까이에서 느끼는 과제들을 행정에 직접 직언해, 예산반영에 제안하는 ‘치즈정 100인위원회’를 발족하여 “궁극의 주민자치체제”라고 불리는 마을만들기 조직을 만들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각 집락들의 내재력(內在力)이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 근년에는 집락간 네트워크를 통해 한층 활성화 되어가는 움직임도 보인다. 집락과 지역이 갖는 내재력, 내발성(內發性)의 확대가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통해 심화되고 있다.
향후 과제와 교훈
임업이 주요산업으로 활황이었던 1960년대에 치즈정 인구는 약 15,000명에 이르렀으나, 2015년 현재 7,600명으로 거의 반감한 상태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자연감소와 더불어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이주한 주민수 증가의 결과이다.
‘집락→지구→정’으로 서서히 주민자치 시스템을 넓혀, 20년에 걸친 마을만들기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실제, 주민자치를 통한 다양한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치즈정 이주자수가 서서히 늘고 있다. 2006년~2013년까지 8년간 56세대·128명이 치즈정으로 이주했다. 자연감소 등으로 인해 총인구수에 영향은 미치는 작으나, 타 지역들과 비교할 때 치즈정의 이주자 증가는 놀라운 수치라 할 수 있다.
향후 과제로 다음 3가지를 들 수 있겠다. 먼저 세대간 계승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이 운동을 이끌어온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다음세대로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논의와 시행착오를 통해 지속성을 유지해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다른 집락, 타지역으로 공간적 확대를 어떻게 진행해갈지 문제이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스스로 실행해가는 즐거움을 인식한 주민들의 변화만이 이 운동이 확대해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공(公)’으로서 한 축을 맡을 지구진흥협의회의 역할 문제이다. 행정과의 관계, 지역주민의 힘을 어떻게 지속해 이끌어낼 수 있을지 등, 과제도 크다.
이 운동이 저출산·고령화를 막을 수 있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인구감소는 계속될 것이 예측되고 있고, 이러한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의 과소화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인구증가가 지역번성의 방증이고 인구감소가 지역쇠퇴의 방증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더 이상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지역의 힘’을 논해야 할까. ‘1/0 운동’이 주민의 자기실현과 지역의 미래전망에 끼친 영향은 이에 대한 시사점을 안고 있다.
나 아닌 누군가,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지혜와 땀, 돈을 함께 모으는 ‘자주적 공동작업’, 지역의 가까운 미래~먼 미래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지역의 미래에 관한 계획을 그려내는 ‘자주적 선택’을 한다면 과소지역의 활성화가 결코 꿈이 아님을 동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
財) 地方自治?究機構(2012) 「地域活動における自治?の支援?連携に?する?究調査」 ?務省HP 報告書(www.soumu.go.jp/main_content/000157282.pdf) 鳥取?智頭町「全?初の集落型NPOによるむらづくり」 (www.soumu.go.jp/main_content/000111360.pdf) ?合?究開?機構(2007)鳥取?智頭町「日本ゼロ分のイチ村おこし運動」 全?町村?(2009) 'むらの誇りを創造する「日本1/0村おこし運動」はいま'(2703호) HOME's PRESS '究極の住民自治?鳥取?智頭町の取り組み'(2015.6.6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