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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훈 교수 (본 학회 회장/중앙대학교)
1972년 발간된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당시의 산업화, 경제성장, 자원사용, 환경오염, 인구증가 등의 추세가 앞으로 계속될 때 자원의 한계, 환경오염의 증가, 식량부족으로 지구는 100년 이내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그리고 성장의 한계는 기술적인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았다. 유한한 지구위에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발전방식을 택하고,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성장의 한계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이 충격적인 보고서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양극단이었다. 기술발전의 무한한 가능성과 시장기능을 경시한 쓰레기라는 비판에서부터 계몽사상 전파를 위하여 발간된 프랑스백과사전(1751-1722)의 출판에 견줄 수 있는 위대한 업적이라는 극찬을 동시에 받는다. 그러나 <성장의 한계>에서의 우려와 주장은 “지속가능발전”을 정의한 1987년 유엔의 <우리들의 공동미래>에 상당부분이 수용되었다.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은 기존의 성장방식을 갈음하여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이념과 발전모델로 제시되었다. 최근 기후변화문제의 심각성이 확산되면서 <성장의 한계> 논의도 새로운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결국 성장의 한계를 가져오는 주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자원사용과 환경오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환경, 생태계, 경제, 사회 각 부문에 대한 영향은 연쇄적이고 광범위하며, 치명적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PCC 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저감없이 배출한다면(기준시나리오, RCP8.5 시나리오) 금세기말(2081-2100)의 전지구 평균기온은 3.7℃ 상승하고 해수면은 63cm 상승하며 강수량은 4.1-8.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만으로도 지구 생태계와 사회, 경제 부문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일 것인데 우리나라 기상청은 한반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세계평균 보다 더 빠르고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100년간(1906-2005)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 상승하였는데 이는 같은 기간에 세계 평균기온이 0.7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다. 또, 금세기말 한반도의 평균기온 상승은 같은 시나리오하에서 4℃ 이상 상승하고, 해수면은 약 70-130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세계평균보다 훨씬 더 높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온도 증가율은 수도권을 비롯한 내륙지역에서 강하고 호남, 남서해안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1990년부터 2014년까지 24년간의 신문기사를 이용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나라 전역의 리스크 발생추세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로 기후변화 리스크 발생 유형이 달리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인 경기지역에서는 산업손실 피해, 충청권에서는 급경사지 산사태 증가로 인한 교통시설 기능훼손, 경상권에서는 기상재해로 인한 각종 시설 및 인프라 파괴가 상위 리스크로 판별되었다. 전라권은 농산업 비율이 높아 가축스트레스 질병 및 사망, 농축산 시설붕괴의 리스크 발생 빈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강원권은 폭설에 의한 각종 인프라 파괴 및 유통시설 결빙, 주민고립 증가 등으로 나타났고, 제주권에서는 인프라 훼손 및 전력수요 급증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환경정책평가연구원,2015; 환경일보,2016.3.13.). 지역별로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가 달라야 하고 완화와 적응노력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큰 틀과 맥락하에서 일관성있고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알려준다. 정부는 2050 장기 저탄소발전전략, 기후변화대응기본계획,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고 지방자치단체의 녹색성장 추진계획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기후변화는 위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예견하는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진입, 제레미 리프킨이 전망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이 IT와 융합되면서 일어나는 제3차 산업혁명 등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롭고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의 미래 역시 이러한 기회를 여하히 인식하고 실현시키는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큰 변화의 흐름속에서 지역개발의 방향과 방식도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지역주민과 산업,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인식이 저변에서부터 확산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인프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 재해의 피해를 예방하는 수준으로 개량되어야 할 것이고, 에너지체계는 에너지 절감, 효율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개발은 환경 사회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자족력과 자생력을 높이고 기후변화 충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개발 계획과 지역개발사업에 기후영향평가와 지속가능성평가가 수반되고, 지역 나름의 저탄소발전전략과 기후변화대응계획들이 만들어지고 충실히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형평성, 참여, 포용성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으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유엔 해비타트3의 신도시 의제 등에서 중점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다. 1972년 스톡홀름회의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에 관한 연구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세계기상기구(WMO)에 권고한 이후 2015년 195개 국가가 동의하는 파리협정을 체결하기까지 43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앞으로 파리협정의 이행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그리고 강제력 없는 각국의 자발적 감축목표가 얼마나 잘 실현될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국내 기후변화대응 정책 역시 많은 문제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자발적 감축목표로 정한 2030년 BAU 대비 온실가스감축목표 37%에 대한 적정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판적인 논란, 목표관리제에서 관리업체에 대한 감축목표가 약하게 설정된 점, 온실가스 예상 배출총량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설정된 점 등은 정부의 기후변화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정부는 최근 배출권거래제 운영주체를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변경하고, 주무관청을 환경부에서 산업, 농림, 환경, 국토부 4개 관장부처가 소관분야를 책임지는 관장부처 책임제로 변경하였다.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부서간의 조정과 통합은 더 어렵게 되고 온실가스 감축에 산업계의 반대가 더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은 대부분 배제되고 있으며 중앙 중심의 계획만 난무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역중심의 지역개발에 대한 관심과 이슈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의 위력에서 보았듯이 앞으로 30년, 50년 후의 세계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세계일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나 인터스텔라에서 그려지는 암울한 미래가 아니라 잘 보전된 환경속에서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만드는데는 지역개발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하는가에 달려있다. 모든 미래는 지역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미래는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우리 지역개발학회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해 보인다. 새로운 기후변화 시대에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2016.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