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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접경지역

접경지역의 효율적 지원과 지원특별법의 개정

김범수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접경지역이란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잇닿아 있는 시군과 민간인통제선 이남의 지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군을 말한다. 전자의 요건에 속하는 시군으로는 인천광역시의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의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그리고 강원도의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이 속하고, 후자의 요건에 속하는 시군은 경기도의 고양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강원도의 춘천시가 포함된다. 이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로, 특별법 이전의 접경지역지원법에서는 민간인통제선 이남 25㎞에 속하는 지역 중 읍면동을 기준으로 접경지역을 설정한 반면, 특별법에서는 이를 시군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접경지역 중 강원도 접경지역은 해방 이후 북한에 속해 있었던 지역이었지만, 휴전협정에 따른 비무장지대의 설치로 남한에 속하게 된 수복지역이다. 즉, 강원도 접경지역은 분단국에 만들어진 분단도인 셈이다. 6.25전쟁은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었지만, 특히 강원도 접경지역은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그 피해가 남달랐다. 그리고 지금도 접적지역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지역의 생활환경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강원도의 경우, 행정구역 면적의 171.2%가 군사 목적 혹은 산지보호와 농업진흥 등의 목적으로 토지의 이용이 이중삼중으로 규제되고 있어 주민의 기본적인 재산권 행사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인제군은 보전산지 등의 지정으로 접경지역 최대 규제지역으로 되어있고, 철원군은 최대의 군사시설보호 및 농업진흥지역이다. 화천군은 군인 수가 주민 수보다 많은데, 강원도 접경지역 전체로 볼 때 주민의 60.1%에 해당하는 군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구구성이나 지역경제의 여건으로 볼 때, 접경지역의 발전에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원의 의미는 더욱 크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접경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1959년부터 시작된 민북마을의 건설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북마을의 건설은 북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접경지역지원사업의 추진이 본격화 된 2003년부터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00년 남북한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교류협력의 전진기지로서 접경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이를 배경으로 정부는 접경지역지원법을 제정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접경지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착수하였다. 접경지역지원법은 2011년 접경지역지원특별법으로 개정되었고, 접경지역에 대한 지원은 2013년에 수립된 새로운 종합계획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10여 년에 걸친 접경지역에 대한 지원은 도로, 상하수도 등 접경지역의 정주환경에 큰 개선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생활환경 조성과 관련된 사업 외에 다른 사업들은 대부분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해 지역발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국내경제의 장기불황과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확보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못한 점과 지원사업의 추진이 다른 제도적 사항에 우선한다는 우선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크다. 이러한 문제점은 현행 특별법에도 개선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다.

전쟁의 폐허에도, 우리는 지난 60여 년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성과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무엇보다 후방의 발전을 위해 안보를 책임지며 발전의 기회를 희생해 온 접경지역 주민의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후방의 국민이 전방의 접경지역 주민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이다. 독일은 분단 시 접경지역의 낙후를 온 국민이 공감하고 접경지역의 발전과 주민지원을 다른 정책에 우선하여 추진하였다. 낙후의 원인을 분단에 두고 발전지체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0년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사건은 역설적으로 접경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안보행위임을 시사한다.

현재 정부는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현실에 맞게 사업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는 재원과 타법과의 관계 등 현행 특별법의 결함을 수정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이제 접경지역은 과거와 같은 군사지역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는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며 청정생태환경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한 등 경쟁력이 매우 높다. 철원평야는 서울보다도 면적이 큰 한반도 중부의 대평원이고, 얼마 전까지 지자체 간 유치경쟁이 심했던 DMZ세계생태평화공원도 강원도 접경지역이 적지로서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의 실질적인 개정을 통한 접경지역지원의 효율적 지원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