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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지역개발 사례

파주지역의 접경지역 관리방안: 대성동 마을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김상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1. 접경지역에서의 마을만들기

2014년 1월 개정된『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은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주민의 복지향상을 지원하며,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통하여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경지역 지원 원칙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접경지역은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로 인해 사회적·문화적·정치적·경제적인 측면의 다층적 규제 하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접경지역에서 거주하고 생활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생활환경의 낙후와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한편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주민참여형 지역개발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전략으로서 주민참여 마을만들기가 전국적으로 활성화 되어왔다. 마을만들기는 지역주민의 주도적인 노력으로 생활환경 개선과 지역공동체성 증진에 목적을 두고 다양한 형태와 내용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접경지역의 경우 지역의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으로 인해 주민주도적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데 상당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접경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마을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했던 대성동 마을프로젝트를 간략히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대성동 마을의 특수성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소속되어 있는 마을로, 대한민국의 최북단 비무장 지대인 공동경비구역 JSA내에 위치하고 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당시 민통선 안에 민간인이 거주할 수 있는 마을을 하나씩 남겨두기로 상호 합의가 되었고, 이에 따라 대성동은 민간인이 거주할 수 있는 최북단 “자유의 마을”로 조성되면서 유엔사령부의 관할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대성동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 혹은 제약사항을 가지고 있다. 우선 대성동 주민들은 참정권과 교육권은 있으나 납세와 병역의 의무는 없으며, 주거와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어 1년에 8개월 이상 마을에 거주해야 주민의 자격이 유지된다. 일반인이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고, 직계가족, 친척, 지인들만이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성동 마을의 경우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1953년 민통선 내 비무장지대에 대성동 마을을 조성할 당시 지적 및 소유권을 정리하기 애매한 상황이었고, 정부가 주민을 위해 건축한 개별 주택은 건축물 대장에 등록되지 않아 거주 주민이 주택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배경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이후 지적은 복구되었으나 소유권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고, 개별 건축물은 현재까지 유엔사의 총괄 아래에 놓여 있다. 특히나 이러한 소유권의 부재는 주택의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거주민의 자발적인 개보수로 연결되지 못해 주택의 노후도가 점점 심화되었다.


3. 대성동 마을프로젝트의 전개과정 및 특성

“통일맞이 대성동 마을프로젝트”가 구상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7월 경기도지사, 파주시장, 행자부 장관 등이 대성동을 방문하게 되면서부터이다. 무엇보다 타 지역에 비해 지역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노후한 주택에 거주하면서 환경적으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던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면서, 대성동 지역의 노후주택 개량 및 마을환경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곧 대성동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성동 마을프로젝트’로 연결되었고, 이를 통한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후 2015년 7월 11개 민관 관계기관이 협약식을 맺게 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민관 협력형 마을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이 시기부터는 단순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대성동 마을의 정체성 형성을 통한 장기적 발전방안 및 추진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시기이다. 이전 단계에서는 노후주택 개량 및 마을 환경개선이라는 물리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 졌다면, 민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부터는 하드웨어(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휴먼웨어(humanware)로 구성되는 통합적인 마을만들기를 추진하게 된다.


<그림 > 대성동 마을프로젝트 전개과정


대성동 마을프로젝트의 경우 민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다양한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들을 마을만들기 과정에 참여시켰다. 대성동 마을프로젝트의 주요 추진주체로서 실무추진단, 즉 민관협력단을 구성하는데, 이 실무추진단에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이장, 부녀회장 등의 지역주민 대표, 행자부, 파주시, 경기도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여 사업의 각 단계에 다양한 자문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성동 마을프로젝트에서 두드러진 점은 시민사회 내의 폭넓은 주체들이 마을만들기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민간 기업들이 후원 및 사회공헌(CSR) 활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성동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온라인 플랫폼(대성동 마을만들기 홈페이지, 네이버 등을 통한 모금활동, 국민생각함 활용)을 조성하고, 마을만들기 사업 전 과정을 공유하면서 폭넓은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시민사회내의 다양한 조직과 연계하여 일반시민들이 자원봉사, 재능기부 등을 통해 마을만들기 과정에 결합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중앙정부가 참여형 정책설계과정을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주도적인 참여와 집단지성을 통해 다양하고 참신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는데, ‘통일맞이 첫마을 대성동 프로젝트’는 2015년 중앙부처 국민디자인 과제 중 집중육성과제 10개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게 되었다. 전문가 및 시민 10인으로 구성된 국민디자인단은 DMZ내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 통일을 맞이하는 첫마을로 재탄생 하는데 기여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공공 커뮤니티 서비스 디자인의 관점에서 대성동 마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통일 관광 거점, 삶의 콘텐츠가 있는 대성동, 통일의 상징 대성동이라는 3대 목표와 10개의 아이디어를 도출하였고, 이를 통해 대성동의 가치를 알리고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활동은 대성동의 역사적·현재적 가치를 이슈화하고 논의를 확대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 국민디자인단의 대성동 마을 아이디어 제시자료: 김유지외 (2015)


4. 대성동 마을프로젝트의 시사점: 접경지역과 시민사회의 만남

대성동 마을프로젝트 사례는 접경지역 등 특수한 지역의 참여적 지역개발 전략으로써 마을만들기의 활용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선 주민의 주도성을 이끌어 내기 힘든 상황에서 행자부를 중심으로 한 관의 적극적인 지원은 마을만들기 움직임을 형성하고 활성화시키는 마중물로써 기능하였다. 또한 단순한 지역주민의 참여를 넘어서 시민사회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고, 이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마을만들기의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마디로 시민사회와 접경지역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만남은 접경지역의 특수성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이해를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대안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가져온다. 아직 2년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대성동 마을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접경지역이 단순히 분단으로 인한 정체된 혹은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김유지 외(2015), “대성동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공공 커뮤니티 서비스 디자인-통일맞이 첫마을 대성동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기초조형학연구」, 제16권 제6호, pp.113-124.